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
서지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지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떠오르는 것은 수능 사회과탐구 과목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선택할 수 있는 사회과 과목 중에 ‘세계 지리’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수능 과목으로 택하지도 않았기 떄문에 세계지리 수업을 들어 본 것은 중학교 때 한 두단원이 전부인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지리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인지 낯설고 어려울 것 같다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만나게 된 이 책은 장벽이 높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손이 갔다. 제목부터 ‘지리 덕후’, ‘떠먹여주는’ 인데다가, 저자는 지리를 전공한 교수님도, 권위 있는 명강사도 아니라, 왜인지 어려운 설명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이 지리에 관해서는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이 초보에게 지리의 세계에 한 발 들어가게 해줄 수 있는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결론부터 논하자면, 이 책은 내가 했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선물해주었다. 

 한 과목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연관된 여러 과목들과 유기적으로 내용이 연결되게 되어있다. 지리의 경우 자연과학 분야의 영향을 받고,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를, 더군다나 이 넓은 전 세계의 지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음에도, 이 책을 가볍게 읽다보면 이해가 되도록 차분하게 설명을 해준다. 

‘예전에 있었던 그 사건이 이 지역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관련이 있구나’,

 ‘지금 신문에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저 얘기가 그래서 생긴거구나.’

 흐릿하게 알고 있던, 또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상식들이 퍼즐 맞추듯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그래서 지도를 읽는 재미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재미가 생겨서 더 집중해서 책을 읽다보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더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다. 얇은 책에 방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고, ‘지리 덕후’ 저자가 ‘지리 초보’ 독자를 위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정보’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훌륭히 다 했다. 그 이후의 공부는 독자의 몫이다.


 시중에 많이 깔려 있는 수능을 위한 지리책이 아니라 지리를 위한 지리책이다. 많은 부분의 초점이 지도와 지리,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정보들에 집중되어 있다. 지리를 통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지리 책이지만, 세계를 이해하게 해주는 인문학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지리를 정말 좋아하는, 말 그대로 ‘덕후’가 쓴 책이 맞다. 책을 읽다보면 마음으로 느껴진다. 저자가 때로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하고, 때로는 세계 시민의 입장에서 안타까워도 하고 화도 내고, 때로는 친구의 입장에서 걱정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즐거운 대화를 한 듯하다. 

 부담스럽지 않게 세계지리에 관심을 갖고 싶은 사람, 시사상식을 쌓고 싶은 사람, 세계 각국의 정보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그 기초 공부로서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아마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TIP) 이 책의 껍데기(?)는 세계지도로 되어 있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은 채 책을 읽고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세계지도에 손을 얹어가며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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