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성범죄자 - 당신의 안전을 위한 성범죄 대처 매뉴얼
안병헌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는 보호관찰관이다. 낯선 이름인데, 전자발찌 대상자를 정기적,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지도하여 사회의 복귀를 돕는 멋진 직업이 보호관찰자라고 한다. 그들을 관찰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범죄를 막기도 한다. 이 책을 평가하자면, 저자가 직업인으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를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필요한 책이며 저자가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분야의 책이다.

 

사실 나는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이런 책들을 보곤 한다. 잘못을 한 사람은 가해자이고, 가해자가 될 사람들을 가려내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일반인이 피해자가 되지 않을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일상생활의 불편을 피해자와 일반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슬프다.

나의 삐딱한 시선을 바로잡아준 것은 이 책에 녹아 있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일반인을 아끼는 마음이 책의 곳곳에 서려있으며, 저자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자.”,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예방하자.”라는 마음으로 절절하게 호소하는 듯하다.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 부분은 현실은 이러합니다. 제발 피해자가 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서 따뜻하다.

 

전체적인 책의 주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구성이 참 짜임새있다. [문제상황인식, 성범죄자 인식 흔한 성범죄, 특수성범죄, 그루밍 성범죄 나이대별, 상황별 솔루션]. 목차만 보아도 사전처럼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먼저 찾아 읽고, 다시 맨 앞장부터 차례로 읽었다. 책 전반에 깔린 생각들이 앞부분에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앞부분부터 읽는 것도 추천한다.

이 책의 포인트는 그루밍 성범죄가 아닐까 한다. 특수 성범죄만큼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주목하고 있는 성범죄 종류이다. 오랜 기간 정신적, 정서적으로 지배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이 또한 굉장히 위험한 성범죄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이러한 형태의 성범죄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한 주제 안에서도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기술한다. 경험 또는 일상 얘기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거나 문제 상황을 인식시킨다. 그런 다음 저자가 관리한 성범죄자들, 뉴스의 사례를 일러주고, 저자가 고심한 예방이나 대처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 패턴이 거의 반복되기 때문에 읽으면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화려한 글솜씨로 기만하며 현혹하는 글이 아닌, 단단하고 정직한 글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에 관한 것이다. 책 앞 표지에는 한 여성이 눈을 감은 그림이 있다. 목차로 넘어 가보면 여성이 눈물 흘리는 그림이 있다. 책 뒤표지에는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이 책의 대상은 여성뿐인가? (게다가 모두 긴 머리 여성이다.) 성범죄를 다루는 책에서 표지가 이러한 것이 참 안타깝다. 피해자가 여성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위험하다. 남성들도 그루밍 성범죄 등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나, 본인이 당하고 있는 것이 성범죄라는 인식조차 못하기도 한다. 본인이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 탓에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내용에 있어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앞표지와 목차의 그림에 온통 긴 머리의 여성만 나오고 있어서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성범죄 피해자를 생각했을 때 여성만 떠오르면 안된다. 이러한 현상은 성범죄 피해라는 본질로 들어가지 못하고, 심하면 젠더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지 그림이 아쉬웠을 수도...) 많은 가해자를 보호관찰한 덕분에 생생한 사례가 많고, 성범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초보 독자가 읽기에도 알기 쉽게 유목화하여 기술한 점이 좋다.

, 상황을 많이 수록한 만큼 한 주제에 깊이 있고 자세한 대처법이 있지는 않고 핵심이 되는 중요한 대처법이 있다. 아주 자세히 기록했다면 사전이 되었을 것이다. 개론 정도의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의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모든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성범죄에 대한 문제를 기민하게 인식 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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