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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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The Goldfinch):도나 타트]

 

 

1. 책 자체에 대한 평


 뉴욕 박물관 테러사건으로 인해 엄마를 잃게 된 13살 소년 시오, 그 테러현장에서 죽어가는 한 노인에게 그의 반지와 명작 <황금방울새>를 받게된다. 그 이후로 시오를 둘러싼 인물들의 죽음과 그림이 오묘하게 얽혀가며 느리고도 힘겹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오에게 엄마의 죽음은 잊혀질수 없는 화상자국 같은 것이고 결코 지울 수 없는 감정적 상처이다. 그 누구도 엄마만큼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이 없는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절망감, 그 절망감은 시오의 삶을 무력하게 만든다. 오직 시오가 기댈 곳은 엄마가 죽던 그 날에 건네 받았던 황금방울새의 그림과 그림으로 이어진 호비아저씨와 피파뿐.


  이야기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러나 끈질기고 오래오래 흘러간다. 약 1000페이지에 달하고 2권에 이르는 분량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나 타트는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시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치밀한 서사, 그 사건에 대한 소년의 생각과 감정은 과연 작가에게 어휘의 다양성은 무엇인가 라는 감탄을 남길만 했다. 무엇보다도 명작이라 불리는 그림들과 시간을 아로새긴 고가구들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들은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이가 읽더라도 그 작품들을 인터넷으로나마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러한 소설적 요소 못지않게 그녀의 문장, 문체, 분위기는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각적인 효과를 주었다.


 충분히 감탄할만한 장점을 가진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속도나 전개방식, 문체나 스타일이 나에게는 그다지 매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야기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나아갔다. 또한 소설 전반에 흐르는 알수없는 가벼움과 피상성이 있었다. 주인공 소년 시오는 남들은 상상하지 못할 끔찍한 테러로 엄마를 잃고 살아남은 소년이다. 그러나 테러라는 상황의 특수성에 비해 시오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은 그 나이때의 아이가 할법한 투상적인 것 뿐이었고 깊은 성찰이나 성장은 없었던듯 했다. 도나 타트는 이러한 가벼움을 의도적으로 소설속에 넣은 것일까? 혹은 테러라는 생명의 위험을 겪어보지 못한 나의 한계였을까? 상처받은 감정과 마주보고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며 자신의 인생을 겉도는 듯한 소년의 독백들이 지겹도록 이어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시오는 인생에서 밀려오는 폭압적인 파도에 계속 물을 먹고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황금방울새>만을 붙잡고 파도에 함께 넘실거릴수밖에 없는 자신의 연약함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추리와 서스펜스, 긴장감 있는 스릴을 원하시는 분께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반면 담담하지만 인생의 우연적 불행을 한 소년이 어떻게 더듬거리며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신 독자분께는 권하고 싶다.




2. 책의 홍보카피에 관해  

 

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 있는가

유려한 수사와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완성한 상실과 집착, 운명에 관한 도나 타트의 놀라운 통찰

"우리의 정신을 자극하고 심장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소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

완독률 98.5%의 압도적 1위!



 이 세상의 아들, 딸들이 부모의 자식이라면 책은 출판사의 자식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이라 한들 그 자식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도 많듯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출판사도 있는것 같다. 부모의 품을 떠난 아들, 딸들이 출가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듯이, 출판사의 품을 떠난 책도 독자들에 의해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따라서 나는 이 단락에서 출판사와 책의 관계에 대해서도 평하고자 한다.


 상단 기울임 처리된 회색의 카피들은 책 표지에 보이는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에 쏟아진 찬사들이다. '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 있는가?, 유려한 수사, 숨 막히는 서스펜스, 완독률 98.5%의 압도적 1위. 황금방울새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누구라도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한 번이라도 서성거려본 사람이라면 이 화려한 수사들에 어찌 책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설 수 있을것인가.


 출판사가 뽑아낸 책에 대한 묘사와 카피는 이 출판사의 편집부가 이 책을 한번이라도 읽은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책의 분위기, 정서, 흐름과 맞지 않았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는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주인공인 시오의 담담한 고백들과 생각, 사건들이 강물이 조용히 흐르듯 이어졌을 뿐이다. 그 나이의 아이라면 작은 일에도 가슴이 덜컹할 마련일법한 일들이 간간히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과연 서스펜스라 부를수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사라진 황금방울새는 어디에 있는가'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황금방울새의 흔적을 숨기기는 커녕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완독률 98.5% 압도적 1위', 내가 1.5%안에 드는건 아닌지 스스로 염려스러웠다.


 너무나 화려한 수식어로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 뒤 완전 정반대의 것을 보여준 [황금방울새]. 굳이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나는 오늘 소고기가 먹고 싶어져 가족들에게 외식을 가자고 한다. 그러자 아버지가 "내가 더 맛있는거 먹여주지!"하며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은체 그 음식에 관한 찬사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소고기보다 맛있는게 있다고?하는 생각에 기대에 부푼 나는 점심부터 굶으며 아버지를 따라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내 식탁에 놓인 이 음식의 정체는 소고기와 비슷한 뒷고기도 아닌 해파리 냉채무침? 그 집 해파리 냉채무침이 TV에 방영될 정도로 맛집이라 한들, 예상을 뒤엎는 내용물의 반전은 그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치기에 충분한 것이다.


 출판사의 찬사 가득한, 실제와는 다른 반전적인 카피만 아니었더라도 황금방울새에 대한 나의 실망은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책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하지만 그 기대는 누가 만든 것인가? 출판계 사정도 어려운 것을 알고, 따라서 마케팅이 얼마나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은 이상 '유려한 수사'나 '숨 막히는 서스펜스'라는 수식어를 쓸 수 없을것 같다. (이게 정말 나만 그렇게 느낀것인지도 헷갈린다.) 과장된 문구와 책과는 살짝 비켜간 분석이 책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었고, 마지막엔 '출판사가 도나 타트한테 잘못했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3. 결


 [황금방울새]를  읽으면서, 서평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세상의 모든 책은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혼자만의 가치관에 따라 별점은 매기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 중 하나이고,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충분했고 그 이유를 100가지는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출판사의 홍보카피는 책의 매력을 훼손시킬 정도로 극단적이었다. 그 점에서 마음이 대단히 불편했고 과연 서평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평은 출판사를 위한 것인가? 독자를 위한것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서평은 독자를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황금방울새]에 대한 서평은 책 자체에 대한 평/홍보카피에 관해, 2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서술했다. 그러나 이 글도 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참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쓴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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