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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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벽을 단순히 트럼프식 장벽으로만 보는 것에 반대한다. 트럼프식 장벽이 폐소적이고 나르시즘적인 동시에 타자에 대해 억압적이라면, 그 반대의 벽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장벽은 해방의 성질의 띤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혁명의 상징으로서의 벽이 바로 프랑스의 코뮌장벽이다. 다른 장벽들이 대부분 권력의 손으로 쌓였다면, 이 장벽만큼은 해방을 꿈꾸는 민초들의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116)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하나의 메타포 만으로 현실을 읽는 것이다. 벽은 억압하는 자의 손이 아니라 억압당하는 자의 손에 의해 세워질 때 분명 의미가 교차하는 다양한 양상을 지닌다. 이 책에는 벽의 상징에 관한 다양한 스토리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겠지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깊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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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벽을 세우고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물리적 벽이든, 상징적 벽이든 상관없이, 벽은 늘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러나 그 벽에 어떤 의미와 목적을 둘 지는 늘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벽은 정치적이다. 우리는 그 벽을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무지한 돼지가 되기 위해서, 우리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세울 수 있도 있다. 반면 억압하는 타자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서, 해방과 자유를 위한 하나의 몸짓으로서도 세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벽은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벽이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장벽이 되기 마련이다. 자신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벽은 결국 한 치만 멀리서 보면 일종의 감옥이나 다름없다. 그 감옥안에서 행복해하는 무지한 죄수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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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벽을 키워드로 한 역사적이고 현대적인 이야기의 나열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덮은 후 우리는 다시 한번 벽의 상징에 대해 생각하고 문화적이고 철학적 해석으로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은 늘 질문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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