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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어릴 적 유난히 겁이 많던 나는 사이렌 소리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 소리가 꼭 나를 잡아 삼키는 것처럼 내 고막을
두드려댔다.
그럴 때면 엄마는 이불로 나를 뒤집어 씌워주고
사이렌이 끝나기를 같이 기다려 주셨다.
잠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읽으면서 그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어느샌가 나는 훌쩍 나이를 들었고 그 시절의 어린 아이는 이제 없지만
순간순간 그 기억이 떠오를 때쯤이면 왱왱 울어대던 사이렌 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저자의 강박증 같은 불안감은 아니지만 쉽사리 떨치지
못하는 그의 말과 행동이 나에겐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공감이 가 측은하기까지 했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불안감 때문에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조절을 한다고 하니 좀 낫지만)
나는 어떻게 하다 이렇게 잊고 살게 되었지 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때의 나처럼 심하지는 않으나
고소공포증 아니면 비행기이착륙 공포라든지 아니면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란다든지 하는 그런 불안감 때문에 종종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긴
하다.
매번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도 극복하지 못하는 내
상태가 가끔은 못나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나에 비해 저자나 다른 환자들은 현재까지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무단히도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이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오히려 대외적으로 자연스런 행동을 하며 실제 자신의 상태를 숨기며 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신과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마치
미치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 쉽게 드러내놓고 병원에
다니는 사람은 없다.
미국도 그런 점에선 비슷한
가보다.
불안감과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 현대병이라 불리는 이 병들이 그렇게
많은 의학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답보상태라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심지어 저자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는 이유도 자신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는지 책을 쓰면서 알아보고 싶었다는데 있다.
불안은 태생적으로 인간과 함께 태어날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인격적으로 덜 완성된 존재로 태어난다고 한다.
어머니에게서 분리되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인간은
불안이라는 공포를 체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우리가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
사회 등 구성원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전제를 인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완전한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기 위해선 늘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계망 속에 살아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성되는 삶을 추구하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 사회에서 분리되는 현상을 맞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충족하지 못한 심리상태를 맞게
되며 결국 다시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행복한 구성원으로써의 삶을 추구하는데 왜 우리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선천적일 수도 후천적일 수도 있다.
불안은 유전적 요소도 무시하지 못하며 후천적인
사회,
문화 등의 환경적 요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모든 요소들을 수많은 연구 자료들을 예시로 들며 자세하게 자신의
병증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결국 모든 병의 원인은 밝혀낼 수 없지만 그의
마지막 글들에선 이 병에 대해 다른 이의 말을 서두에 쓰며 이렇게 서술한다.
‘불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불안 조절은 불안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줄이고 이
정상적 불안을 자각,
조심성,
삶에 대한 열정을 높이는 자극으로 쓰는
것이다.
- 롤로 메이 ’불안의 의미‘
결국 불안이라는 병증은 완전히 도려낼 수 없고 자기 스스로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로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자신의 병을 예시로 들며 꺼내기 힘든 문제를 글로 풀어낸 저자가 참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