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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너희들이 이 계절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주인공 희미는 달끝 마을에 산다. 희미는 갈대밭을 지나며 자신의 마을 어귀를 돌아 산딸나무가 우거진 경사면
너머를 바라본다. 그 곳은 희미가 사는 곳과 다른 신시가지였다. 다소 완만한 비탈을 따라 단독주택,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과 상가, 공원과 학교 부지가 구획 지어진 전형적인 신도시의 풍경이다. 바라보는 풍경을 지나치며 산책로를 걷다 샛길로 빠지면 나오는 언덕 위 수령이 오백년도 넘은 신목으로 향한다.
신목 앞에선 희미는 '소원' 에 대해 생각한다.
일곱번째 생일이 지나고 처음 이가 빠진 날, 함께 자전거를 타던 날, 고등학교에 같은 반이 배정되어 기쁜 오늘까지,
모두 준후와 함께한 기억들이다. 준후를 향한 감정이 더이상 우정이 아닌 사랑의 감정임을 느낀 희미는 늦은 밤
신목에게 소원을 빈다.
"있잖아요. 준후가 나한테..." 거기까지 말해놓고 어쩐지 부끄러웠는지 마음속으로 빌었다. 고백하게 해주세요.
좋아하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소원을 빌고 내려오던 중 희미는 준후와 민진을 발견한다. 어째서인지 자신이 준후를 바라보던 얼굴이 민진에게 보인다.
희미는 질투를 느끼며, 준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해봐 준후야, 너 나 좋아해?" 라고 묻는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희미는 화가 나서 당장 사라져버리라고 소리친다. 그 순간 준후는 작은 곤줄박이 새로 변한다.
곤줄박이로 변한 준후를 목격한 세 사람. '희미' '민진' 그리고 '새별'까지
제각기 다른 세 소녀는 준후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유년시절엔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자연과 밀접한 추억이 많다. 눈에 띄는 모양을 한, 나무 또는 돌덩이 따위를
이정표 삼아, 나뭇가지 몇개를 들고 동산을 휘집고 다녔다. 그리고, 컨테이너가 가득한 공장과 인형뽑기 집까지
다들 유년시절 신묘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기억이기에, 쉽게 잊지 않으려 복기하고 복기하여, 신묘한
기억이 된 경험. 이사 오기 전 어울렸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 같은 것.
준후는 곤줄박이 새로 변해버렸지만, 잊혀지지 않고 세 소녀의 신묘한 힘으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애니미즘 사상은 문명이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병에 걸리면 문명인은 몸의 이상을 바탕으로 병을 해석하지만, 원시인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겼다. 또한, 원시인에게 자신의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자신과 동일시 되는 무언가에 해당한다고 여겼다. 원시인이 물건을 교환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상대방에게 내주고 정체성을 소거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두가지 특징은 애니미즘 이후 종교에서도 볼 수 있으며, 이는 애니미즘이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신앙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지금은 도로와 건물을 따라 구획화 되었지만, 옛날엔 산등성이의 능선을 따라 분지의 논밭을 따라 이어 걸어나갔을 것이다. 사람들이 터를 잡고, 마을이 생겨나고 마을 안에 거목 아래에서 온갖 대소사를 참견했을 것이고,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 앞에 앞 날을 바라고 또 바라며 거목의 영검이 점을 쳐준 일이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가족을 위로하며 하루 하루 살았을 과거의 삶들을 감히 상상해본다.
나이 많은 신목에 금빛 새끼줄과 장식을 달아 돌을 쌓는다. 주변에 사당을 지어서 신의 영역임을 표시하고, 신에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조성된 서낭당.
그래서인지 서낭당의 나무를 베면 저주를 받는다는 등의 묘사가 나오는데, 무속에서는 이를 동티 났다라고 표현한다.
수많은 마을과 거목이 사라졌을 것이고, 또한 기억에서조차 잊혀졌을 것이다.
아직도 마을 입구에는 보존된 은행나무, 느티나무 거목을 보면, 한철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지구에 남기고 가는 생채기들이 많은지, 아울러 다른 생명체 들이랑 공생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에 대해 돌아보게 된 적이 있었다.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라는 책은 성장 소설이다. 고등학생인 희미, 새별, 민진, 준후가 등장하며, 희미가 신목에서 빌었던 소원으로 준후는 새로 변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목, 붉은새, 새별의 이야기 등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책이 주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과 풋풋한 감정들이 더욱 잘 전달 되었던 것 같다.
과연 준후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 가을 앞 섬에
가볍게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