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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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 사람의 생각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공간' 이다. 공간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7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3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의 창의력이 두 배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훌륭한 공간은 우리에게 '세상을 이렇게 보는거야'라고 가르쳐준다. 이 책에 수록된 건축물들은 모두 나에게 세상을 보고, 읽어 내고, 창조하는 법을 가르쳐준 공간들이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유현준 건축가의 책이다. 건축가이긴 하지만, 건축 외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건축물 속에서 공간을 이해하고 삶을 조망하는 시선이 탁월하다. 이 때문인지, 건축에 문외한 사람들도 쉽게 그의 책을 쉽게 접하게 되어 그가 출간한 책들은 늘 '올해의 책'으로 손꼽히곤 한다. 나또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간이 만든 공간'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의 미래' 4권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이번 책은 '건축물' 자체가 주인공이 된 책이다. 유럽에서 12개, 북아메리카에서 11개, 아시아에서 7개를 선정하여 총 30개의 건축물을 선택하여 설명하고 있다. 현재 '셜록현준' 이라는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며, 실제 여행 속에서 만나는 건축을 촬영하며 설명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책에서 더욱 유현준 작가의 생각을 디테일하게 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유현준 작가가 30개의 건축물 중 가장 1위로 선정하였던 건축물은 무엇일가? 바로 '라투레트 수도원' 이다. 20대 시절에는 안도타다오, 루이스칸의 건축물을 가장 최고라고 여겼지만, 세월이 흐르고 다시 방문하며 보이고 느끼는 것이 다름을 이야기 한다. 


✏ 라 투레트 수도원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건물의 투박함이다. 투박해서 멋지다는 게 아니라,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껏 건축을 하면서 건물의 완성도는 디테일에 있다고 귀에 못박히도록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기자인이 정말 혁신적이고 훌륭하면 디테일이 완벽하지 않아도 훌륭할 수 있다는것을 '라 투레트 수도원'을 보면서 느꼈다. /건축가_르코르뷔지에_건축연도_1960_위치_프랑스론에브쉬르아브렐/ 


 책을 읽고 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안도타다오의 빛의 교회였다. 외벽의 십자가의 존재는 이중적 의미를 갖기도 하는데, 십자가는 내부에서 보면 하얀색 십자가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면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정 십자가가 된다는 것이다. 교회에 들어가기 전 바라본 검은색 십자가는 내부에 들어오는 순간 어두운 공간 속에 강한 존재감을 가지는 빛의 십자가로 전환되는 이유이다. 안도는 '빛의 교회'에서 담장이 건물을 관통하는 점에서는 동양 전통 건축 양식을 깨는 파격을 보여주고 빛의 십자가를 합친 점으로는 서양 전통 교회 건축 양식을 깨는 파격을 보여 준다. 안도는 젊은 나이에 예산도 부족한 작은 교회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얼마나 파격적인 건축가인가를 세상에 증명해보였다.


 시간 공간 제약을 뛰어 넘는 예술 '건축' 이 책을 통해 건축이란 배경 지식 상관 없이 '건축 물을 볼 때는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구나' 하고 공간을 이해하는 지평이 생긴 것 같았다. 또한, 유현준 작가님의 인문학적 소양이 담긴 글들도 인식을 갖게하는 글이라 바삐 적으며 읽었던 것 같아 이 책 역시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속에서)


 철근과 콘크리트는 열에 의한 팽창 계수가 동일하다. 이 말은 수축과 팽창을 할 때 같은 비율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약에 철근과 콘크리트의 열팽창계수가 달랐더라면 함께 사용할 경우 온도 변화에 따라 다르게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두 재료는 다행히 같은 열팽창 계수를 가지고 있어서 함께 사용해도 시멘트에 균열이 가지 않는다.

이는 놀라운 발견이다. 


 주차장이 주택 하부 필로티에 있는 덕분에 비가 올 때도 차에서 내린 후 우산 없이 현관까지 걸어갈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나 계단이 있다. 방문자는 경사로 또는 계단이라는 두가지 선택권을 갖게 된다. 이는 훌륭한 디자인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한가지 밖에 없는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이 건축물의 외관은 우리가 흔히 공사 현장에서 보는 쇠 파이프로 만들어진 건설 보조 설비들처럼 보인다. 그 뿐 아니라 한쪽에는 각종 설비 파이프라인들이 노출되어 있다. 마치 피부가 벗겨진 채 내부의 근육과 핏줄과 뼈가 다 노출된 인체 해부 모형 같은 건축물이다. 이렇게 건축물의 구조체와 기계 설비를 그대로 그러내 보여주는 스타일을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한다.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노출한 디자인을 하게된 첫번째 이유는 전시 공간인 퐁피두 센터 내부에 기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내부에 기둥같은 설비가 들어가면 추후 다양한 전시공간을 기획할 때 제약이 된다.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기둥과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한 각종 설비를 실내 공간에서 모두 건물 외부로 빼내는 식으로 설계했다. 


동대문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경우에는 모든 건축물이 하나의 밀가루 반죽같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건축은 인간의 생각과 세상의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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