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언제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선사한 첫 번째 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그렇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 봄이 되어 자연이 소생하면 우리의 감각도 살아난다. 아이의 환호와 기쁨에 전염될 때면, 오래도록 바라던 것을 이룰 때면, 무언가를 실제로 경험할 때면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첫번째 글 마지막 부분에서
프롬은 선언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서문에서>
⠀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행복은 살이있음 그 자체인데, 우리는 왜 살아있음과도 같은 자유를 반납하게 되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는 '자본'이 있어야 자유롭다. 즉, 내가 살아가는 것은 나의 자유이지만, 동시에 내가 살아남는 것도 나의 책임이 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경쟁에서 살아 남는 자유' 인 것이다. 누가 자신의 생계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고 그럼에도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사람들은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경쟁은 끊임없는 불안과 고독감을 야기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불안과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권위에 자유를 반납한다는 것이다.
⠀
프롬은 1950년대부터 이미 삶을 사랑하며, 살아있다고 느끼는 능력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산업을 통한 생산으로 시장경제가 탄생했고, 시장경제에서는 대량생산 제품의 판매 전략 (마케팅) 이 날로 중요해졌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마케팅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인성마저 잘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개인적 특성을 자랑하는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떤 자질과 개성을 훈련하면 항상 친절하며 능률적이고 고객지향적이며 공손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이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처럼 연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존재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이다.
<본문에서>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가족 또는 주변 친구, 회사 동료들과 삶의 고충을 토로하다보면, 나의 삶이 무언가 하나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음에 틀림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나야"라고 늘 외치곤 하지만, 메아리도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유대관계와 연대의식을 느끼고 살아가는
나는 역시, 살아있음 또한 틀림 없다. 오직 살아있는 인간만이 예술 표현을 통해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예술이 아름다움 안에서만 공존하지 않듯이, 우리의 인생 사정 또한 비슷할 것이다. 살아있기에(...)
⠀
소유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지, 존재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지를 논하는 책 '소유냐 존재냐' 와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지켜나가느냐를 기술하고 있는 '사랑의 기술' 또한 그의 유명한 책이며, 필독서로도 불리운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는 삶에 대한 사랑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의 핵심이다." 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 책 역시 프롬의 명 문장이 돋보인다.
⠀
목차/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이기심과 자기애/ 창의적인 삶/ 죽음에 대한 태도/ 무력감에 대하여/ 기본소득으로 자유를 얻으려면/ 소비하는 인간의 공허함/ 활동적인 삶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창조하는 훈련을 통해 삶의 무력감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이 삶의 작은 밑거름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