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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소설집 『혼모노』는 그야말로 소설의 기세에 눌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신명난다”는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진짜’를 뜻하는 일본어 속어인 ‘혼모노’라는 제목부터 강렬했지만, 그 안에 실린 이야기들은 제목 이상의 진심과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무당의 굿판처럼 폭발적이고 광기 어린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표제작 「혼모노」는 무당이라는 직업과 정체성을 둘러싼 ‘진짜와 가짜’의 충돌을 중심에 두고 있는데, 이 대결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다. 신내림을 받은 진짜와 ‘흉내 내는 놈’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은 곧 자기 존재의 진실함을 시험하는 싸움처럼 느껴진다. 나는 특히 작품 속 무당 신애기와 화자의 신경전을 읽으며, 무속이라는 제의적 공간에서 여성의 분노와 슬픔, 자기 증명의 욕망이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진짜와 가짜까지도 중요치 않다”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서는, 인간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진짜 같다’는 감탄을 반복했다. 허구를 읽고 있음에도, 그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생생함이 있었다. 그건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어떤 몰입의 결과였다.
이 소설집은 결코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과 몰입이 동시에 주는 쾌감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