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척도이기 때문에 나한테는 맞아도 그대로 다른 작가에게도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방식 이외의 모든 방식을 배제한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내 방식과는 다르더라도 경의를 품을 수 있는 것은 물론세상에 수없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이건 도저히 나와 맞지 않는다‘ 혹은 ‘이건 이해할 수 없다‘라는 것도 있습니다.
어떻든 나는 나 자신이라는 축에 의해서 뭔가를 바라보고 평가할 수밖에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개인주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자기 본위고 내 멋대로겠지요. 그래서 내가 그런 내 멋대로의 축이나 척도를 들고 거기에 맞춰 타인의 작품을 평가했다가는 그걸 당하는 쪽은 도저히 못 견딜 일이 될 거라는 마음이 듭니다.
이미 작가로서의 지위가 어느 정도 정착된 사람이라면 또 모르지만, 이제 막 나온 신인 작가의 명운을 나만의 선입견이 걸린 세계관으로 좌지우지하는 그런 일은 무서워서 도저히 못 합니다.하지만 그런 나의 태도를 두고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뭐 그것도 맞는 말인지 모릅니다. 나 역시 "군조》 신인문학상‘이라는 창구를 거쳤고 거기서입장권을 한 장 받아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