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그녀가 하바라에게 베푸는 모든일상적 행위의 어디까지가 정해진 직무이고 어디서부터가 개인적인 호의에서 나온 것인지 (애당초 그것을 호의라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바라는 판단할 수 없었다. 

셰에라자드는 여러 면에서 감정과 의도를 읽어내기 어려운 여자였다. 

이를테면 그녀는 대체로 항상 심플한 소재의 수수한 속옷을 입었다. 

평범한 삼십대 주부가 일상적으로 입을 만한-그전까지 삼십대 주부와교제한 경험이 없는 하바라로서는 어디까지나 추측하는 수밖에없지만 종류의 것이다. 

어느 대형마트의 세일 때 샀을 법한. 하지만 어떤 날에는 아주 섬세한 디자인의 남자를 유혹할 만한 속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 

어디서 샀는지 몰라도 한눈에 봐도 무척고급품 같았다. 질 좋은 비단에 정교한 레이스, 짙은 색조를 띤델리킷한 물건이었다. 

그런 극단적인 격차가 대체 어떤 목적이나 사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하바라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또하나 그를 어지럽히는 것은 셰에라자드와의 성행위와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밀접하게 이어져 쌍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한쪽만 뽑아내기란 불가능했다. 딱히 마음이 끌리지도 않는 상대와의 그다지 열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육체관계에자신이 이런 식으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혹은 단단히 봉합되어 있는것은 하바라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때 나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 2학년이었다. 

그는 삼수생이고입시학원 와세다 대비반에 다녔다. 

그러나 삼수까지 하면서도공부를 열심히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틈이 나면 입시와 거의 관계없는 책만 읽었다. 

지미 헨드릭스 전기나 장기 외통수풀이 책이나 우주는 어디에서 탄생했는가, 같은 책, 학원은오타구의 부모님 집에서 다닌다고 그는 말했다.

"부모님 집?" 나는 말했다. "당연히 간사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에이, 아냐. 덴엔초후에서 태어나 내내 거기서 컸어."

나는 그 말에 크게 당황했다.
"그럼 왜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데?" 내가 물었다.

"후천적으로 배웠어. 일념발기念發起해서."
"후천적으로 배워?"

"한마디로, 죽자사자 공부했지. 동사며 명사며 악센트까지 모조리 외웠어. 영어나 프랑스어 배우는 거랑 원리적으로는 똑같아. 간사이로 실습도 몇 번 다녀왔어."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영어나 프랑스어를 배우듯이 ‘후천적으로 간사이 사투리를 습득하는 인간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역시 도쿄는 넓은 동네구나 싶었다. 어째 꼭 『산시로』" 같은 소리지만.

"홈스테이?"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사투리 배우는 정성으로 입시공부를 했으면 삼수까지는 안했을 텐데." 기타루가 말했다.

정말이지 맞는 소리라고 나도 생각했다. 제가 말해놓고 제가딴죽을 거는 점도 그야말로 간사이 사람다웠다.
"그래서, 너는 어디서 왔어?"

"고베 근처."
"고베 근처 어디쯤?"
"아시야." 나는 말했다.
"완전 좋은 동네잖아? 처음부터 똑 부러지게 아시야라고 말하면 될 것을 복잡하게 에두를 거 없이."

나는 설명했다. 

누가 출생지를 물었을 때 아시아라고 대답하면 아무래도 유복한 집 자식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된다. 

그러나똑같은 아시야라도 실상은 각양각색이다. 

우리집은 딱히 유복하지 않다. 

아버지는 제약회사에 다니고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로일한다. 

집도 작고, 차는 크림색 도요타 코롤라다. 그래서 누가출생지를 물으면 쓸데없는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항상 ‘고베 근처‘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뭐야, 내 경우랑 완전히 똑같네." 기타루는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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