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뒤 십 년 가까이는 거의 항상 그혼자서 탔다.
아내가 죽은 뒤 몇 명의 여자를 사귀었지만 이상하게 그녀들을 조수석에 앉힐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교외로 나가는 일도 업무상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없어졌다.
"역시 여기저기 조금씩 상한 곳은 있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오비는 대형견의 목을 쓰다듬듯이 대시보드를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이 시절의 스웨덴 차들이 제법 튼튼하게 나왔죠.
전기 계통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기본 메커니즘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가후쿠가 필요한 서류에 사인하고 청구서의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을 때 그 아가씨가 왔다.
키는 165센티미터 정도, 뚱뚱하지는 않지만 어깨가 넓고 몸이 탄탄해 보였다.
목덜미 오픈쪽에 큼직한 올리브만한 보라색 타원형 반점이 있었지만 본인은그게 남들 눈에 띄는 것에 딱히 저항감이 없는 모양이었다.
숱많은 검은 머리는 걸리적거리지 않게 뒤로 묶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오바가 말했듯이 몹시 퉁명스러운 인상이었다 뺨에는 여드름 자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
눈은 크고 눈동자가 또렷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의심 많은 듯한 빛을 띠었다.
가후쿠는 잠시 생각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시노하시 근처다.
"덴겐지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메이지야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 잠깐 쇼핑한 다음에 아리스가와 공원 쪽으로 언덕길을 올라서 프랑스 대사관 앞을 지나 메이지 거리로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오지."
"알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일일이 경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바에게서 열쇠를 받고는 운전석 위치와 미러를재빠르게 조정했다.
어디에 어떤 스위치가 있는지 이미 다 알고있는 것 같았다.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한차례 시험했다. 재킷가슴팍 호주머니에서 초록색 레이밴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그러고는 가후쿠를 향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카세트테이프." 그녀가 카오디오를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카세트테이프를 좋아해." 가후쿠가 말했다. "CD보다 다루기쉬워 대사 연습하기에도 좋고."
"오랜만에 보네요." "내가 운전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8트랙이었어." 가후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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