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센 리큐천하를 가진 히데요시도 누군가를 질투했다. 

바로 일본다도의 틀을 완성한 센 리큐였다. 

그는 히데요시의 다도선생이었다. 

세상의무를 이룬 히데요시는 칼을 벽에 걸어놓게 되자 격조가 필요했다. 

빈약한 소양을 채우기 위해선택한 것이 다도였다. 

그러나 태생이 문화와 거리가 멀었던 히데요시는 아무리 다도를 행해도 내적 빈곤만 여실히드러났다. 

귀하다는 다구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고 황금으로 치장한 다실까지 만들었으나 미에 관해서는 센리큐를 따를 수 없었다. 

허름한 초막에 꺾은 동백꽃 가지 하나로 황금 다실보다 더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리큐의심미안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히데요시가 만든 천만 관의 황금 다실을 비웃는 듯 눈을 내리까는 리큐의 빌어먹을태도란 ‘저놈은 나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어!‘

어느 날, 히데요시는 리큐가 늘 가지고 다니는 향합을 본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사기 함으로 요즘으로 치면 향수병이다. 

조선에서 만든, 귀하디귀한 것이었고 열도의 어떤 도공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하고 투박한 질감을 띠고 있었다. 

그 단지 안에는 리큐가 사랑했던 조선 여인의 손가락뼈가 들어 있었다. 

‘명물이다! 히데요시는 녹유를 칠한 그납작한 단지를 보고 단번에 반했다. 그는 리큐를 부른다.

이제 히데요시도 향합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명물이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모았다. 

조선과 명나라의 천하명물은 전부 자신의 창고 안에 쌓여 있다. 

고백하자면 리큐가 목숨처럼 아끼는 저 녹유 향합이 그렇게 아름다운지도잘 모르겠다. 

다만 저 오만한 리큐가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하는 물건이니 빼앗고 싶을 뿐이다. 

그는 세상을 향한 자격지심을 그 작은 녹유 향합에 투영했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키 작은 천민의 피를 가졌고, 아무리 느긋하게 걸어도 귀족의 자태를 흉내 낼 수 없다. 

오래전 모셨던 오다 노부나가도 나를 원숭이라고 불렀다. 

그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이묘들의 이죽거리는 표정이란! 

나는 이를 갈았다. 

이제 천하를 손에 넣었다. 

그런데도 이 빌어먹을 귀족들은 여전히나를 우습게 본다. 

지금 옆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제능글맞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놈도 훌륭한 가문을 지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속으로 나를 비웃고 있다. 다도 장인센리큐까지!‘

기백과 혈통은 권력이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조선을 정복하고 명을 차지하려던 기개는 다이묘들에게 피로감만 줄 뿐, 누구도 그를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천하를 가졌지만 가난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