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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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는 미국에서 2003년에 출간되었고, 2007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출간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사는 게 바빠 시간에 쫓기다보니 여유가 없었달까?

정말 소설 한 권 읽는 것도 쉽지가 않다.

 

요즘 개정판이 발간 된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광고가 뜨는 일이 많았다.

책도 예쁘고, 뭔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에, 소개글에도 아마존 연속 베스트셀러 어쩌고 써있길래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할레드 호세이니란 사람이 썼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유명한 작가이겠지만 이쪽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보니...

하하하...무식이 튀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이야기 배경은 중동, 아프가니스탄 카불이다.

덕분에 진입장벽이 생겼다.

중동이란 이미지가 내게는 그다지 멋지고 훌륭한 지역은 아니다.

전쟁, 테러, 석유, 종교 갈등, 낮은 인권...대충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그다지 관심이 많이 가는 지역도 아니고.

시대는 60~70년대.

그때 중동이라...전혀 모르는데...이거 괜히 산 거 아니야?

다 읽지도 못하고 앞부분 몇 십 페이지 읽고 또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이는 걸까?

불행한 미래를 걱정하며 한 페이지, 다시 한 페이지씩 넘겼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이야기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무지한 배경 지식도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물론, 이런 지식들을 안다면 좀 더 내가 모르고 넘어간 장면의 연관성들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어쨌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그래도 한마디 평을 하자면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밌었다.

 

이건 두 소년의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 내내 소년인 건 아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이니까.

 

주인공 소년 아미르는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뭔가를 남겨두고 어른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닌다.

마음의 짐이랄까?

트라우마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까?

 

서로 같은 지역, 같은 시간에서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전혀 다른 위치였던 두 소년.

친구이자 친구가 아니었던 둘.

아미르는 주인, 그리고 하산은 하인이다.

그들은 분명 서로 공유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소중했고, 그걸 지키려면 무엇이든 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이란 잃기 전에는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이다.

 

소년은 아직 어리다.

많은 것을 배워 가야하는 시기다.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그건 성인에게도 그렇다.

 

아미르는 아버지 바바의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바바는 사랑을 표현하는 타입의 남자가 아니다.

기준이 높고 아들이 보다 남자답기를 원한다.

 

아미르는 연 싸움 대회에서 바바가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말로 그걸 해낸다.

하인이자 친구인 하산이 아미르를 위해 떨어진 전리품 연을 가지러 달려간다.

 

하산이 늦자 아미르는 하산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마침내 하산을 찾아내지만 그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역에서 유명한 불량아인 아세프 패거리에게 붙잡혀 있었던 것이다.

아세프는 하산이 찾은 연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면 놓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하산은 그걸 거부한다.

그리고 아세프에게 강간을 당한다.

참고로 하산도, 아세프도 남자다.

 

아미르는 겁이 나서 그걸 못 본 척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몰래 떠난다.

 

...이 장면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이란...

 

아미르는 근처에 숨어있다가 아세프 패거리가 웃으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조금 있다가 하산과 만난다.

아미르는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하며 하산에게 왜 이리 늦었냐고 묻는다.

하산이 손에 든 연을 보면서.

하산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날 밤, 그는 아버지 바바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되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리고 하산과 아미르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우리가 어렸을 때, 혼나는 게 무서워 거짓말을 한 번 하면 또 다른 거짓말을 거기에 계속 더해야 했던 것처럼, 아미르는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하산을 괴롭힌다.

그렇게 하산이 자신과 맞서 싸우길 원한다.

하지만 하산은 싸우려 들지 않는다.

 

일상은 서서히 무너져간다.

당연하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는다.

 

아미르는 더 심한 것을 떠올린다.

그는 하산의 침대 밑에 물건을 숨겨두고 그가 훔쳤다고 거짓말을 한다.

바바가 하산에게 정말로 훔쳤는지 묻자 하산은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의 말에 아미르는 충격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아미르는 하산과 헤어지게 된다.

사실대로 말하려 하지만 겁이 나서 그러지 못한다.

 

그 후,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삶은 평탄치 못하다.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아미르는 성인이 되고, 결혼한다.

아버지 바바는 암으로 죽는다.

그의 죽음에 아미르는 인생이 짧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하산의 일에 속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아미르는 아버지 바바의 친구였던 라힘 한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이게 소설의 첫 장면이다.

 

라힘 한은 아미르와 하산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아미르에게 말한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과연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은 뭘까?

아미르와 하산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이 소설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절하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아프가니스탄과 대비되는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하산이 속한 하자라 족에 대한 박해.

 

한 인간의 속죄와 성장.

 

이 외에도 내가 깨닫지 못한 많은 것들이 이 소설에는 녹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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