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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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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는 삶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간이다. 그는 레게 (reggae)라는 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유행한 음악의 한 장르를 전세계에 전파한 뮤지션이었고 『No Woman, No Cry, One Love』로 사랑과 평화를 주장했던 이상주의자 (idealist)”였다. 또한 『I got the sheriff, Get up, Stand up』을 통해 저항정신을 일깨운 행동주의자 (activist)”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사랑한 레게 (reggae)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은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레게는 2박과 4박이 강조한 offbeat rhythm의 흥겨운 파티 음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 평화부터 인종차별, 불평등, 억압과 같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설은 밥 말리 암살시도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총 13명의 화자가 사건과 연관되어 지속되어 온 자신들의 삶에 대해 말하고있다. 작가는 13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를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언어를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사건의 개요 및 배경,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베테랑 인터뷰어 (Interviewer)의 잘 짜여진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이 (Interviewee)처럼 화자들은 각자가 삶에 체화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응답하고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양과 톤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밥 말리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 레게 (reggae)와도 닮아 있는 듯 하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소설 구성에 있어 연대기적 서술에서 탈피하여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의식흐름 기법을 사용하였다. 본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한 과거는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각본 윌리엄 포크너, BGM 밥말리, 쿠엔틴 타란티노식 리메이크라고 표현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술방식이 부자연스럽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네 삶이 흘러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론 현재 연인과의 키스 보다 과거 연인과 나눴던 키스가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칼 베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다 (Every man is his own historian)’라는 말을 남겼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고, 이를 서술하고 평가를 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사건을 보는 시각과 개인적 소회는 저마다 다르듯이 개개인 마다 의미있는 역사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역사라는 바운더리에 포함하고 서로간의 간극(間隙) 좁히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는 항상 새롭게 검증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 (contemporary history)이다. 따라서, 역사가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해야하는 존재이다.

본 작품 일곱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에서는 사망한 정치인인 아서 조지 제닝스가 이러한 역사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각 챕터 마다 등장하여 진행된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야기와 이야기, 챕터와 챕터를 연결하며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적인 작금의 상황도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과 함께 변할수 있지 않을까? 2016년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지는 개돼지가 아니며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고 믿음이 있다광화문에 모인 촛불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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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세트 - 전2권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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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는 삶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간이다. 그는 레게 (reggae)라는 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유행한 음악의 한 장르를 전세계에 전파한 뮤지션이었고 『No Woman, No Cry, One Love』로 사랑과 평화를 주장했던 이상주의자 (idealist)”였다. 또한 『I got the sheriff, Get up, Stand up』을 통해 저항정신을 일깨운 행동주의자 (activist)”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사랑한 레게 (reggae)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은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레게는 2박과 4박이 강조한 offbeat rhythm의 흥겨운 파티 음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 평화부터 인종차별, 불평등, 억압과 같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설은 밥 말리 암살시도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총 13명의 화자가 사건과 연관되어 지속되어 온 자신들의 삶에 대해 말하고있다. 작가는 13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를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언어를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사건의 개요 및 배경,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베테랑 인터뷰어 (Interviewer)의 잘 짜여진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이 (Interviewee)처럼 화자들은 각자가 삶에 체화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응답하고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양과 톤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밥 말리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 레게 (reggae)와도 닮아 있는 듯 하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소설 구성에 있어 연대기적 서술에서 탈피하여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의식흐름 기법을 사용하였다. 본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한 과거는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각본 윌리엄 포크너, BGM 밥말리, 쿠엔틴 타란티노식 리메이크라고 표현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술방식이 부자연스럽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네 삶이 흘러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론 현재 연인과의 키스 보다 과거 연인과 나눴던 키스가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칼 베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다 (Every man is his own historian)’라는 말을 남겼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고, 이를 서술하고 평가를 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사건을 보는 시각과 개인적 소회는 저마다 다르듯이 개개인 마다 의미있는 역사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역사라는 바운더리에 포함하고 서로간의 간극(間隙) 좁히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는 항상 새롭게 검증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 (contemporary history)이다. 따라서, 역사가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해야하는 존재이다.

본 작품 일곱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에서는 사망한 정치인인 아서 조지 제닝스가 이러한 역사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각 챕터 마다 등장하여 진행된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야기와 이야기, 챕터와 챕터를 연결하며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적인 작금의 상황도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과 함께 변할수 있지 않을까? 2016년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지는 개돼지가 아니며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고 믿음이 있다광화문에 모인 촛불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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