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율리와 타쿠의 89일 그림일기
배율.진유탁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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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두 연인 율리와 타쿠의 치앙마이 여행기이다. 그들이 치앙마이에 간 것은 별 이유는 없고, 한번 살아볼만 할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지만, 치앙마이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면서 그들만의 아포리즘을 깨달아 가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나도 그들의 여정을 따라 가면서, 삶의 새로운 단면들,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치앙마이의 의미는 새로운 도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태국 북부의 옛 란나 왕국이 치앙라이 (Old City)에서 수도를 옮긴 곳이 치앙마이 (New City)” (P. 152) 그들이 그들만의 여행을 즐기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나도 문득 떠나고 싶어졌다.






햇빛이 골목 사이사이로 스미기 시작하는 시간, 평일에는 책상 앞, 휴일에는 이불 속에서 보내던 시간이다. 발 닿는 대로 어슬렁거리며 지나친 골목길 풍경은 때론 유명한 관광지보다도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P. 44)

 

오히려 일상이란 건 잔잔한 파도인 편이 좋다. 날마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도 조금 피곤할 테지. 요컨대 일상에는 시시한 구석이 필요한 것이다.” (P. 146)

 






여행기로서 특이한 것은 연인사이지만 성향이 다른 저자들의 에세이가 중간 중간 삽입되어 그들의 여행기 뿐만 아니라, 두 저자 각각의 여행지에서 떠올린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디자이너답게 각각의 에세이마다 별도로 저자를 표기하진 않았지만, 저자 각각을 형상화한 앙증맞은 케릭터들이 에세이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다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마사지, 멋진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값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p. 82)


저자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치앙마이의 한때를 이 한권의 책으로 남겼다. 바깥에는 여름 햇살이 따끈따끈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분은 어떨까? 치앙마이에 대한 궁금증과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리스트 중 최상위에 치앙마이가 올라 있는 건 저자들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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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품은 야구공
고동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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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 일이 되었다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야구가 아니다. - 조 디마지오 -

 

본서 <수학을 품은 야구공>은 수학을 통해 야구를 바라보는 책이다. 수학이라고 하면 지겹고 머리부터 아픈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서문에서 인용한 야구에 대한 조 디마지오의 명언처럼 대표적인 기록과 분석의 스포츠인 야구를 수학을 통해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론과 현장의 전문가들이 뭉쳐 수학통계라는 전문화된 툴을 통해 야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 4명인데 고동현 마이데일리 스포츠부 기자, 홍석만 고등학교 수학교사, 박윤성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매니저, 배원호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매니저가 그 주인공들이다. 저자들의 면면만 봐도 이 책에 야구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진 이유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야구경기를 분석하고 자신만의 시야로 야구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
- 정운찬 KBO 총재 -

야구를 사랑한다면 꼭 도전해야 할 필독서
- 허민 (키움 히어로즈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

수학을 통해본 야구가 더 재미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

 

인상 깊었던 분석 몇 가지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피타고리안 승률 : 2018SK 와이번스의 업셋 우승을 예측하다.

 

피타고리안 승률은 야구에서 득점과 실점만으로 승률을 예측하기 위해 쓰는 예측 지표를 말한다. 구체적인 공식은 'P(승률) = 득점² ÷ (득점² + 실점²)'이다. 공식의 형태가 피타고라스 공식과 닮아서 피타고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마법과도 같은 공식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의 수학적 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해낸 것으로, 프로야구처럼 시즌마다 100경기가 넘는 장기전을 치르는 종목에서는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팀이 순위가 높다는 점을 포착하여 만들었다. 놀라웠던 건 실제 승률과 피타고리안 승률과 비교분석한 내용이었다. SK 와이번스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두산 베어스에 이은 2위지만, 실제 승률차인 10.1%p에 비해서 피타고리안 승률차는 4.5%p로 절반 넘게 격차가 좁혀진다. 피타고리안 승률이 실제 승률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우승 가능성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웠다. (실제로 시즌이 지날수록 리그의 실제 승률은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 홈런 파크팩터 분석 : SK 와이번스가 홈런공장인 이유는?

 

KBO 10개 구단의 구장 크기와 형태는 다 다르다. 10개 구단의 홈구장 중에서 SK의 홈구장이 좌우가 95m, 중앙이 120m로 가장 작고, 두산과 엘지가 사용하는 잠실구장이 좌우가 100m, 중앙이 125m로 가장 크다고 한다. 이렇게 구장간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타구도 어떤 구장에서는 홈런이 되기도 하고, 어떤 구장에서는 평범한 플라이 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구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표로 나타낸 것이 홈런 파크팩터 (Park Factor)이다. 파크팩터는 각 구장의 타자/투수별 유불리함을 나타내며, 1을 기준으로 하여 1보다 크면 타자에게 유리하고 1보다 작으면 투수에게 유리하다. (p. 72) 구체적인 홈런 파크팩터 공식은 홈런파크팩터 = (홈경기홈런 + 홈경기피홈런)/홈경기수 ÷ (원정경기홈런 + 원정경기피홈런)/원정경기수이다. 홈런파크팩터 분석을 통해 SK 와이번스가 홈런공장으로 변모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 세이브의 조건 :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김광현은 세이브를 한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수십년 동안 야구팬을 자처하면서도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야구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이브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어떤 상황에 인정 받는지는 알았어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세이브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명확히 알 수 있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 말에 등판한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은 세이브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세이브란 팀이 이기는 경기를 마무리하고, 승리투수가 아닌 상황에서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3점 이하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등판해서 최소 1이닝 이상을 던진다.

베이스나 타석, 혹은 대기 타석에 잠재적인 동점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해서 경기를 지킨다.

3이닝 이상을 던져 경기를 마무리하면 몇 점 차 리드에 나왔어도 세이브가 성립한다.

 

제시된 세이브의 조건으로 판단해 보면, 20186차전 13회에 등판한 김광현은 당연히 세이브가 인정된다.

 

영화 머니볼 (Money Ball)을 기억하는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저예산 구단이 빌리 빈 단장의 취임하면서 세이버메트릭스로 대표되는 통계분석으로 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참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 머니볼은 단지 야구단의 성공 신화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돈은 곧 성적이라는 업계의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고 새로운 기준으로 저평가된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수학의 개념은 야구에서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해내는 기준이 되는 것들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일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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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장유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대비 : 7일만에 70점 넘기기
장유리 지음 / 서울고시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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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만 완강하셔도 감이 잡히고 개념이 뚜렷해지는 최고의 명강의입니다. 처음엔 ‘과연?‘이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선생님 강의를 한회 한회 들을 때마다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시험5일 앞두고 취업으로 최종정리는 랭킹쇼 한번 들었습니다. 그래도 정리가 되는 기적. 장유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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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합본]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전2권)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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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는 삶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간이다. 그는 레게 (reggae)라는 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유행한 음악의 한 장르를 전세계에 전파한 뮤지션이었고 『No Woman, No Cry, One Love』로 사랑과 평화를 주장했던 이상주의자 (idealist)”였다. 또한 『I got the sheriff, Get up, Stand up』을 통해 저항정신을 일깨운 행동주의자 (activist)”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사랑한 레게 (reggae)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은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레게는 2박과 4박이 강조한 offbeat rhythm의 흥겨운 파티 음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 평화부터 인종차별, 불평등, 억압과 같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설은 밥 말리 암살시도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총 13명의 화자가 사건과 연관되어 지속되어 온 자신들의 삶에 대해 말하고있다. 작가는 13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를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언어를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사건의 개요 및 배경,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베테랑 인터뷰어 (Interviewer)의 잘 짜여진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이 (Interviewee)처럼 화자들은 각자가 삶에 체화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응답하고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양과 톤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밥 말리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 레게 (reggae)와도 닮아 있는 듯 하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소설 구성에 있어 연대기적 서술에서 탈피하여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의식흐름 기법을 사용하였다. 본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한 과거는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각본 윌리엄 포크너, BGM 밥말리, 쿠엔틴 타란티노식 리메이크라고 표현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술방식이 부자연스럽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네 삶이 흘러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론 현재 연인과의 키스 보다 과거 연인과 나눴던 키스가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칼 베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다 (Every man is his own historian)’라는 말을 남겼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고, 이를 서술하고 평가를 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사건을 보는 시각과 개인적 소회는 저마다 다르듯이 개개인 마다 의미있는 역사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역사라는 바운더리에 포함하고 서로간의 간극(間隙) 좁히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는 항상 새롭게 검증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 (contemporary history)이다. 따라서, 역사가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해야하는 존재이다.

 

본 작품 일곱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에서는 사망한 정치인인 아서 조지 제닝스가 이러한 역사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각 챕터 마다 등장하여 진행된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야기와 이야기, 챕터와 챕터를 연결하며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적인 작금의 상황도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과 함께 변할수 있지 않을까? 2016년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지는 개돼지가 아니며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고 믿음이 있다광화문에 모인 촛불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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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2
말런 제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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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는 삶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간이다. 그는 레게 (reggae)라는 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유행한 음악의 한 장르를 전세계에 전파한 뮤지션이었고 『No Woman, No Cry, One Love』로 사랑과 평화를 주장했던 이상주의자 (idealist)”였다. 또한 『I got the sheriff, Get up, Stand up』을 통해 저항정신을 일깨운 행동주의자 (activist)”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그가 사랑한 레게 (reggae)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은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레게는 2박과 4박이 강조한 offbeat rhythm의 흥겨운 파티 음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 평화부터 인종차별, 불평등, 억압과 같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소설은 밥 말리 암살시도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총 13명의 화자가 사건과 연관되어 지속되어 온 자신들의 삶에 대해 말하고있다. 작가는 13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를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언어를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사건의 개요 및 배경,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베테랑 인터뷰어 (Interviewer)의 잘 짜여진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이 (Interviewee)처럼 화자들은 각자가 삶에 체화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응답하고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양과 톤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밥 말리와 그가 사랑했던 음악 레게 (reggae)와도 닮아 있는 듯 하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는 소설 구성에 있어 연대기적 서술에서 탈피하여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의식흐름 기법을 사용하였다. 본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한 과거는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각본 윌리엄 포크너, BGM 밥말리, 쿠엔틴 타란티노식 리메이크라고 표현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술방식이 부자연스럽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네 삶이 흘러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때론 현재 연인과의 키스 보다 과거 연인과 나눴던 키스가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칼 베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다 (Every man is his own historian)’라는 말을 남겼다.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고, 이를 서술하고 평가를 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사건을 보는 시각과 개인적 소회는 저마다 다르듯이 개개인 마다 의미있는 역사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역사라는 바운더리에 포함하고 서로간의 간극(間隙) 좁히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는 항상 새롭게 검증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 (contemporary history)이다. 따라서, 역사가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시각으로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해야하는 존재이다.

본 작품 일곱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에서는 사망한 정치인인 아서 조지 제닝스가 이러한 역사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각 챕터 마다 등장하여 진행된 스토리를 정리하고 이야기와 이야기, 챕터와 챕터를 연결하며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적인 작금의 상황도 희망과 믿음이 있다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과 함께 변할수 있지 않을까? 2016년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지는 개돼지가 아니며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고 믿음이 있다광화문에 모인 촛불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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