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1.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그래비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래비티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파견된 박사 라이언(산드라 블록)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 때문에 자신이 타고 온 익스플로러호가 파괴되고
5명의 인원 중 그녀와 우주비행사 매트(조지 클루니)만이 살아남은 상황에서
겨우 둘이 하나의 줄에 연결되어 생존해 있었는데
둘을 연결한 선을 놓지 않으면 둘다 죽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줄을 놓치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녀에게 매트는 잡다한 질문들을 하며
그녀가 어린 자식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고 실의에 빠져 무기력하고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음을 알게되고
그녀가 가진 슬픔의 깊이를 알게된다.
그런 아픔을 가진 그녀가 매트까지 먼저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해 악착같이 끈을 부여잡고 있을 때
매트는 스스로 줄을 끊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보내는 법도 배워야 해"

2.
한 여인이 있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서 그녀는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우리와 함께 밥상머리에 앉아 있었다.
이제 막 그녀는 죽은 아들을 위한 49재를 마쳤다. 그리고 절 주지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와 우리와 합석을 했다. 그녀의 존재 전체가 슬픔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아들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군 입대를 준비하던 중, 어느 날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는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고통은 그녀의 가슴을 눈물로 가득 채웠다. 그 눈물은 차마 밖으로 흘러나오지는 않고 있었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것까지도 울음 그 자체였다. 슬픔이 깊은면 모든 동작이 다 울음이 된다.
밥을 먹다 말고 내가 법정 스님을 돌아보았다. 나는 이제쯤 스님이 여인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그 인연만으로 그녀에게 왔다가 간 것이다. 이 우주가 잠시 그녀에게 아들을 맡겼다가 데리고 간 것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스님이 그렇게 여인을 위로하리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러나 스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냥 묵묵히 식사를 하면서 그녀 앞으로 반찬을 끌어다 주기도 하고 어서 먹으라고 권할 뿐이었다. 여인은 계속해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스님은 귀를 귀울여 그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또 연신 다른 반찬을 그녀 앞으로 옮겨다 놓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지 않았지만, 분명 여인의 얼굴 어딘가에 안정과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본문 중 류시화 (9~10p)

3.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함께 옆에 있어주는 것밖엔.

4.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하여.
비겁하지만 떨치고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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