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즐겨 듣던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몇 달 전에 끝났다. 2013년에 시작한 방송으로, 나는 초창기부터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덧 5년 정도 들어왔던 방송이었다. 영화평론가로 알고 있던 이동진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자신이 추천하는 책에 관해 수다를 떠는데 처음 듣자마자 꽤나 재밌었다. 책 소개도 유익했지만 이동진, 김중혁, 이다혜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가치관 등을 듣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동진 작가는 이 일이 재밌어서 하는 일이며, 재미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방송을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올해 초 방송에 변화가 있었다. 시대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팟캐스트를 종료하고 유튜브로 넘어간다고 했다. 왠지 모를 불안이 일었다. 우선 방송을 접하는 게 불편했다. 이 방송은 유튜브보다는 팟캐스트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들었던 청취자들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했다. 유튜브로 돌아온 '빨간책방'은 어딘가 어수선했다. 방송을 올리는 스케줄이나 구성이 정리되지 않고 조잡했다. 무엇보다 이동진 작가가 불편해 보였다. '색, 책'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소개하는 책에서 연상되는 색의 안경을 쓰고 나오는 이동진 작가를 보면 불쌍하기까지 했다.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빨간책방'을 종료한다고 했다. 아쉬움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방송이 망가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애처로웠다.

그래도 매주 습관처럼 듣던 방송이 없어지는 건 허전한 일이다. 기르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슬프고 허망하기도 하다. 이런저런 책을 읽던 중 '닥끌오재'가 눈에 들어왔다. 방송 중에 자기 책을 소개하며 겸연쩍어하던 이동진 작가가 생각이 나 바로 구매했다. 그가 몇 년 간에 걸쳐 해왔던 생각들, 방송을 통해 공개했던 에피소드들이 요약본처럼 책에 들어 있었다. 그건 이 책의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할 것이다. 방송을 듣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의 오랜 생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지만 평소 방송을 많이 들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얘기다. 나는 후자에 속하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옛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는 기분, 그와 함께 떠오르는 어렴풋한 기억들. 이제 더 이상 방송으로 듣지 못할 500권의 추천 목록은 선생님이 전근 가시기 전에 남겨주고 간 숙제 같다.

 

'빨간책방'을 배제하고서라도 나는 이 책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하고 다양한 책을 빠르게, 많이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필독서라는 것은 없고 재미로 읽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읽어 나가는 것과 더불어 책을 덮고 생각하는 것까지 독서의 일부다,라는 그의 자세가 왠지 모르게 대단한 힐링이 되었다. 그의 생각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나는 여러 번 읽어야 그 텍스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직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넓이에서 깊이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책을 대하는 그의 자세를 배우고 싶을 뿐이다.

  '빨간책방'이 끝난 것에 대해 기록을 하고 싶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물리적으로도 꽤나 시간을 차지했고, 정신적으로도 알게 모르게 변화를 일으킨 방송이었으니까,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이런 방송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꽤나 많은 짐을 덜게 된 것 같다. 마지막까지 고맙다.

1. 책에서 얻는 것

뭔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이 속한 범주와 맥락, 다른 것과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요새는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건 파편화된 사실 정보다.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보다 깊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동진 작가가 책의 주요 기능은 여전히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2. 독서에 대한 태도

이동진 작가가 대단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건 그가 독서를 재미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가 책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우선 그는 책을 심각한 태도로 대하지 않는다.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덮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필독서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책을 반복해 읽지 않는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은 다음에 얻는 성취감보다는 책을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책을 동시에 여러 권 읽는다. 손이 닿는 곳곳에 책을 두고 장소에 따라 책을 바꿔가며 읽는다.

3. 좋은 책 고르는 방법

책을 고르는 방법은 첫째, 서문이 좋으면 책도 좋은 경우가 많다. 추천사는 읽지 않는다. 둘째, 특히 비문학의 경우 목차를 보고 전체 글의 짜임새가 훌륭한가를 파악한다. 셋째, 책의 내용이 가장 부실해지는 2/3 지점이 재밌으면 나머지는 더 재밌을 확률이 높다.

4. 줄거리 요약에 관하여

이다혜 작가처럼 나도 이동진 작가의 줄거리 요약 능력에 감탄한다. 그는 책을 가리지 않고 줄거리를 파악해 술술 말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내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따라 해 보면 잘 안된다. 그는 줄거리 요약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기본 교육과정을 받을 때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줄거리는 어디서 베끼고 마지막에 내 느낌을 조금 넣어서 선생님께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책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줄거리 요약도 개인적인 경험이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줄거리 요약을 잘한다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