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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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랭크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개인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나로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개인주의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또 어떻게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모은 수필이다.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수필의 좋은 점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각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데 있다. 다른 종류의 글쓰기보다 저자와 더 가깝게 대화를 할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저자가 글을 굉장히 잘 쓴다고 생각했다.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고 많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아는 것을 글에 녹여내는 능력, 거기에 자신의 직업에서 오는 경험을 담아 친구의 수다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는 사람을 싫어하고 혐오하기까지 할 때도 있다고 고백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느껴진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데 주위 사람들이 매우 선호할 스타일이라 부럽다.

  저자가 느끼기에 한국 사회가 불행한 이유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행복을 줄 세우기 시켜서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남들 눈에 띄는 외관적 지표로 일렬 줄 세우기를 하는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논리상 한 명도 있을 수 없다.'

  '자본주의사회인데 단순히 돈, 실리에 대한 추구를 넘어 지위재 집착이 심한 사회다.'

  개인은 이런 사회적 기준에서 어떻게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들어가면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인생의 성공으로 여기는 가치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남들과 다르게 비치는 것, 튀는 것에 대한 공포.'

  '자존감 결핍으로 인한 집단 의존증은 집단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이기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한 개인으로는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익명의 가면을 쓰면 뻔뻔스러워지고 무리를 지으면 잔혹해진다.'

  아무 생각 없는 노력과 그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하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우상숭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노력은 소중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맹목적인 노력만이 가치의 척도는 아니다.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성찰이 먼저 필요하고,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분노도 필요하다.'

  '훌륭한 점과 비판받아야 할 점은 냉정하게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말을 조심성 있게 해야 하는 태도도 강조한다. 나 또한 반성하게 됐는데 말을 하기 전에 데이라는 사람의 ‘세 황금문’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단계는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특이하면서도 이상한 점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사를 좌우 이념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좌우환원주의라고나 할까. 일견 정치와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것까지 굳이 진영을 나눠서 싸우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나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밥벌이에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념 문제 아닌 것을 이념 문제화하는 강박증은 두 가지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 실제적으로 필요한 토론과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각 방안의 장단점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따지는 머리 아픈 과정을 ‘우리 편의 주장인지 적들의 주장인지’로 대체하는 반지성주의를 낳는다. 둘째, 삼인성호. 몇몇이 떠들어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 몇몇 소수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념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다 보면 마치 이 사회에 진짜 심각한 이념 대립이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생긴다.'

  이 외에도 세월호, 신해철, 다양한 영화와 책 등 친숙한 소재들을 빌미로 생각해 볼 사안들을 툭툭 던진다. 꼰대 아닌 정말 어른의 공정한 시각을 엿보고 싶다면 가볍게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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