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 어린 시절부터 아마존을 거쳐 블루 오리진까지
제프 베조스 지음, 월터 아이작슨 서문, 이영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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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홍보문구에는 "제프 베조스가 직접 쓴 유일한 책"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가 "책"을 직접 썼다기보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연설문과 주주서한의 모음집이다.

그래서, 내용이 단원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제프 베조스가 강조하는 내용이나 자주 인용하는 에피소드는 여러 곳에서 반복하여 보인다.

다만, 대가인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서문이 더해져서 빛을 발하기는 한다.

어쨌든, 대외적인 자리에서 제프 베조스가 하고자 했던 얘기를 모아놨으니 본인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긴 하다.

나는 CEO가 아닐뿐더러 C Level도 아니므로, 직원 또는 개인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음을 따르는 좋은 의사 결정


저는 80세가 되었을 때 인생에서 후회할 일을 최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후회하는 일은 대개 자신이 빠뜨린 일, 시도해보지 않은 것, 걷지 않은 길입니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p.68)


저자는 세계 최고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결정은 마음과 직관, 직감과 본능을 믿을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마음을 살펴보고, 자신의 직관과 본능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주로 마음의 소리를 따라 결정하는 나에게 힘이 되었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책들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읽어본 최근의 나는 내가 마음의 소리를 따라 결정하는 것이 단순한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것뿐이었나 회의가 들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나의 직관을 명료하고 순도 높게 유지하려는 수양과 연습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닌 조화


누구나 워라밸을 추구하는 요즘에 저자는 워라밸이 아닌 워라하(Work and Life' Harmony)를 주장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에너지가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당신의 일이 당신의 에너지를 앗아가나요?

아니면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나요?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p.100)

일에 할애하는 시간과 자신과 가족에게 할애하는 시간을 딱 잘라 구분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일에서 활력을 얻어 자신과 가족에게 더 잘하고, 개인 시간에 에너지를 얻어 일에서 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일하는 시간이 지옥 같은데, 칼퇴하고 에너지 충전을 위해 널브러져 있다고 해서 워라밸이 있는 삶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저자의 말에 한편으로 공감이 가긴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을 소유한 오너이자 창립자로서의 마인드는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

직원들은 그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는 삶이 더 나쁜 삶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채용 지원자를 구분하는 안목


일개미로 사는 입장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채용 면접관들에게 채용 결정 전 다음의 세 가지를 자문해보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1. 나는 이 사람을 존경할 수 있을까?

2. 이 사람은 자신이 들어가는 집단의 전반적인 유효성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3. 이 사람은 어떤 면에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p.181)

어떤 면이든 존경할 만 구석이 있는 사람,

성과적 측면에서 유효한 사람,

일 외의 분야에서라도 탁월한 면이 있는 사람인지 자문해보라는 얘기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예상 가능한 내용이긴 하였으나,

일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니, 아마존 직원들은 대단한 사람들만 있구나 싶다.

(나는 아마존엔 못 들어가겠구나 싶다)


사실 제프 베조스의 경영 철학으로 꼽는 것들은 다른 것들이다.

고객에 대한 집착,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 늘 호기심을 잃지 말라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등은 익히 다양한 매체에서 들어왔던 부분이라 일부러 적지 않았고,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흥미로웠던 내용만 적어보았다.


책의 제목인 "발명과 방황"이 뭘 의미하는지 궁금한가?

발명은 호기심을 잃지 말고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시도(발명) 하는 것이고,

방황은 방향을 잡았으면 좀 돌아가더라도(방황하더라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나아가라는 뜻이라고 파악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좋은 생각들을 본받아 나도 탁월한 사람이 되어야지 싶은 게 아니라,

탁월한 사람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뭔지 모를 열패감이 좀 더 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사업을 확장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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