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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비건, 알고나면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책의 저자 먼저 짚고 간다. 전범선 작가를 알게 된 과정은 꽤 운명적이었다.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동녘 출판사의 <비거닝>이 눈에 띄었다. 단 한 권의 책이 비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의 인생을 바꾸었다. 채식 중에서도 해산물은 허용하거나 유제품은 허용하는 등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것은 많이들 알 것 같다. 이 책은 완벽하지 않은 ‘회색 채식인‘들의 이야기이다. 환경적 이유, 동물윤리, 종차별 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육류소비를 지양하는 이들의 삶은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조금 더 비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비건입문서로 유명한 <비건 세상 만들기>를 찾아 읽었고 이 책의 옮긴이이자 출판사 ’두루미‘의 발행인 전범선 작가를 알게 되었다.
전범선 작가는 민사고 졸업생이자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책방 ’풀무질‘의 대표, 출판사 ’두루미‘의 발행인인 비건이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의 발걸음은 특이하고 특별하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는 그의 인생을 밀도있게 담아낸 일대기이자 산문집이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가진 그는 한국에서 ’비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한국 사회는 비건에 대한 인식, 배려, 환경 많은 것이 부족하다. 노예들은 봉기했고, 피지배 민족은 독립운동을 했으며, 여성들과 성소수자들은 연대했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들은 그런 힘조차 없다. 결국, 동물해방운동은 인간에 의한 운동이어야 한다.(p.156) 작가는 동물을 위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들과 모여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에 앞장선다.
그래서 나에게 비건이냐 물어온다면 예, 아니오가 아닌 이런 대답이 돌아갈 것이다. 저는 비건은 아니지만, 동물윤리와 환경을 위해 육류소비를 지양하며 공장식 축산과 살상을 반대합니다. 심각한 탄소배출을 초래하는 육식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윗사람과 함께하거나 다수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용기는 없기 때문에 동물윤리를 잊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가진 채 최소한의 양만 먹습니다. 나의 이런 다짐과 노력의 시작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삶은 삶이라고 부르기에도 처참하다. 정력에 좋은 개, 미세먼지 씻겨내는 돼지, 기운 낼 땐 소, 축구 볼 땐 닭 인간의 욕심으로 인간의 입맛대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비건,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