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 김치호 한국미술 에세이
김치호 지음 / 한길아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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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작가: 김치호
출판사: 한길아트

 

2001년 영월의 창령사에서 나한상이 발견되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준말로, 석가모니 제자이자 깨달음을 얻은 불교 성자를 뜻한다. 이 발견은 약 20년의 세월이 흘러 경제학자 김치호의 한국미술 에세이 제목이 된다. 경제학자인 그는 본업을 넘어 한국미술을 즐기고 칼럼을 기고해왔다. 그런 칼럼이 모여 한국미술의 아름다움과 특질을 찾는 한 권의 책이 탄생한다.


경제학자인 만큼 미술시장의 풍경으로 글을 시작한다. 고미술 시장은 어떤 흐름을 갖고 있을까?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현대미술이 ‘모데라토’ moderato, 보통 빠르기 라면 고미술은 ‘몰토 아다지오’molto adagio, 아주 느리게쯤 된다고 할 수있다.” 미술시장 자체가 변화에 둔감하고 특히 고미술은 신작 공급이 없기에 새로운 컬렉션 구축이 어렵다. 이런 구조를 수요와 공급,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1, 2장을 시장경제, 자본, 컬렉션을 위주로 했다면 3장은 본격적으로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4장은 ‘삶 속의 미술 미술 속의 삶’이라는 주제로 우리 주변에 깊게 자리 잡은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노리개, 자수, 보자기 등 과거 여인들이 만들고 사용하던 고미술품은 색채도 뛰어나고 역사성과 미술적 감성이 짙게 물들어 있다. 지금 보아도 조각보의 기하학적 패턴과 색감은 놀라울 정도이다.


반닫이, 생소한 이름이지만 ‘궤’라고 하면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앞면의 상반부를 문짝으로 삼아 상하로 여닫게 되어 있는 장방형의 목가구, 우리 집엔 이 물건이 있다. 할머니가 가지고 계시던 가구이니 그 세월이 얼마나 됐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창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오랜 시간 집에 묵묵히 놓여 있던 기억이 난다. 엄마 말로는 그 안에 할머니의 반짇고리, 장신구 등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우리 집에서 꽤나 제 역할을 한 모양이다. 반닫이가 있었다는 것도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고 몇 년 만에 떠올랐다. 좋은 궤는 아니라고 하지만 세월이 깃든 물건은 그것만으로도 소중하고 그게 할머니의 물건이었음을 아니 더욱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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