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모리 에토 지음, 권남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작고 아담한 책.
서점을 지날때마다 항상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째서 저런 제목을 갖고 있을까?
"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 라니....

이야기의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성적인 부분에 엄격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주쯤.
"두 사람을 보고 뼛속까지 깨달았어.
사랑이네 연애네 이딴 것에 의지하면 사람이 붕붕 떠서
알맹이 없는 인생을 보내게 된다는 걸.
부평초처럼 떠돈다는 걸. "p13
"부탁인데 집에 있던 시절처럼 말이야,
좀 제대로 된 인간으로 돌아와.
친구나 직장 동료 들이 형제들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도
얼굴 붉어지지 않을 정도의 가족으로 있어 달라고."p16

막내 동생에게 이런 일침을 가차없이 당하는 둘째 딸, 노노.
아버지의 간섭을 견딜 수 없어 20살이 되고 집을 나왔지만
혼자서는 독립이 안되어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며 사는 인생.
알바가 고작이지만 최근 파워스톤을 취급하는 가게서 일한다.
그런 그녀는 가족중에 제일 먼저 아버지의 불륜을 접하고 만다.
"겨우 한 번 유혹받은 정도로 난리 법석을 피우는
마쓰모토씨에 대한 심술.
몇 년 전에 헤어진 애인에 대한 심술.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하고, 사회 경력을 쌓아 가는데
언제까지고 같은 곳에 계속 머무는 나 자신에 대한 심술."p53
"점점 자신을 더럽히는 것 뿐이죠. 그러나 그만둘 수 없었어요.
가시와바라씨, 너무 좋았거든요. 훌륭했어요. "p53

직격탄을 너무 세게 맞은 탓에
세남매는 아버지의 과거를 찾아 나서게 된다.
첫번째로 자신들의 과거에 압수당한 물건 뒤져보기.
그러나 찾아 낸 것은 전부 자신들의 과거뿐.
오빠와 노노는 압수당한 물건이
반짝거리던, 설레는 것들이라 칭하지만
막내는 그런 것들을 아예 갖을 생각조차 안 했다는 과거뿐.
그래서 동생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랑도 놀이도 청춘도 모두 아버지에게 맡겼기 때문에.
허나 노노는 아버지를 먼저 배신했기에
분노와 화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오빠의 엄청난 기억력을 따라
아버지를 알고 있는 아버지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것이 두번째 .
" 아버지한테 흐르는 피는 우리한테도 흐른다고.
아버지를 아는 건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기도 해. "p84

그곳에서 좀 더 거대한 진실과 만난 삼남매.
아버지의 고향에는 아이카와의 야스라는 인물이 있었고,
또는 천 명을 따먹는 야스라고도 한다.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아버지의 아버지.
삼 남매의 한아버지였다.
"옛친구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아버지의 과거에는 얼굴이 있었다.
내가 정면으로 보기를 피해 왔던
아버지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감정이. 그리고 아픔이. "p102

더이상의 아버지를 볼 수 없는 노노.
그러나 오빠와 동생은 아버지의 고향,
하나뿐인 친척을 만나기로 한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지?
노노의 일자리는 대번에 짤리고,
동거하던 애인은 다른 연인이 생겼다고 한다.
빼도박도 못하는 노노 역시 마지막 아버지 찾기에 동행한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한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아버지의 친 누나도,
같이 지낸 사촌도,
동네 사람도 아버지를 제대로 기억하는 이가 없었다.
아버지는 단지 섬 자체를 싫어 했을 뿐.
그래서 핑계를 댔을 뿐.
그러자 삼남매는 모두 아버지 탓으로 돌렸던 자신들을
반성하게 된다.
" 누구의 딸이건, 어떤 피를 이어받았건, 젖건 젖지않건,
오징어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사람은 똑같이 고독하고 인생은 진흙탕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사랑받지 못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기도 하고,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여서 생명이 있는 한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p222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온 삼남매.
진짜 아버지의 1주기를 의논하자며 헤어졌지만,
노노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남자친구와의 이별.
아버지에 대해 멋지게 정리했노라 말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더 오래 살아서 서로 나이를 먹으면
화해 했을지도 모르고, 조금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파라솔 아래에서 함께 맥주라도 마실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죽어서 안타깝다는 생각 말이야."p233

그러나 행복도 한꺼번에 몰려드는 법.
노노는 더 이상 이별을 고민 할 필요가 없었고,
아버지에 대한 진짜 진실이 밝혀진 편지와 함께
남은 가족 모두는 북적이는 아버지의 1주기를 맞이한다.

" 이것은 꿈이란걸 알고 있으니 완전히 잠이 든 것은 아니다.
쇼팽의 선율도 아직 들린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이곳이 아닌 어딘가다.
그곳에서 나는 아주 개운한 기분으로 혼자 바람을 쐬고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다 냄새가 난다.
아아, 이곳은 사도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눈 앞에는 어째선지 아버지의 묘석이 있고,
나는 양산을 오른손에, 차가운 맥주를 왼손에 들고,
거기서 보는 경치는 어때요? 하고 아버지에게 말을 걸고 있다."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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