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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의 남쪽
이토 다카미 지음, 최윤정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렇게 표시 할 곳을 늘려주신 이토님의 두번째 만남.
해협의 남쪽.
나에게는 어찌보면 해협이라는 자체가 낮설다.
바다 건너 갈 일이 없으니까.
주인공 히로시도 같은 처지였다.
내륙에서만 살던 그는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훗가이도를 향한다.
같이 동행하는 사람은 6촌 친척인 아유미.
둘은 몸까지 섞는 관계.
서로에게는 누구보다 가깝고 쿨한 사이일테다.
그러나 히로시에게는 골치아픈 일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10년전 태국 치앙마이로 떠난다는 편지만 남긴
아버지, 사치오의 부재다.
"비록 가족이라 해도 옅은 인연이 있고
서로 사랑한다지만 끊어야만 하는 실이란게 있다.
어쩌면 아버지도 내게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p109
히로시에게 있어 아버지 사치오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삶에 깊이 존재였다.
편지 한장으로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자 했고,
단지 굉장한 도시라는 이유로 오사카로 넘어 왔으며,
전쟁이 끝난후 소를 숨기자고 했던 소시적을 가지고,
자동판매기를 여러 대 소유하는게 꿈이라고 말하며
몰래 라면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고,
내륙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려던 할아버지까지
물리치며 나간 남자.
그때 할아버지에게 남긴 상처가 유랑하는 아버지의 인생의 출발점이자
자신의 탄생 운명을 결정지었던,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버지의 버릇은 똑똑히 기억나는
아버지.
"아버지와 나의 거리가 100킬로미터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해도 그 수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졌다."p66
" 지리 멸렬한 이야기일지라도 각각의 사건은 진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도 지리멸렬하고 앞뒤가 맞지 않지만 바른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p105
"누덕누덕하고 뒤죽박죽인 인생을 보낸 남자.
아버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고 기억하는 인간은
분명 자식인 나밖에 없을 것이다.
싫든 좋든 아버지가 언젠가 세상을 뜨고 나면
내륙지방에서 지냈던 그를 앞뒤가 맞게 기억하는 이는 닌밖에 없다."
p162
히로시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진행되면서
막연히 아버지를 기다리게 된다.
모두에게 실종소식을 전했지만,
아버지의 연락처를 알 만한 사람을 찾게된다.
그리고 겨우 연락된 아버지의 옛 불륜상대에게서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전해 듣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의 일이였다.
지키지 않아도 될 일이겠지만 히로시는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준다.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자신의 모습도 보고 있으리라 믿게 만드니까.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던 그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긴다.
그것이 막연하지만 전해지길 바라면서.
" 아버지는 많은 것을 말하는 남자가 아니였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많은 것을 바라는 남자였다 . "p15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나는 조각조각 흩어져서 두서없는 아버지의 기억을 물려받아 어딘가로 향한다.
유랑, 유랑, 그리고 유랑하겠지.
혈연관계에서 비롯된 본능은 유전된다.
특히 아버지에게 강하게 남아있던 피는 아들이 이어받는다. "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