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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평점 :
내게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먼나라 이야기 같다.
20여년을 알고 지낸 지인은 정말로 작가'님'이 되었는데... 20년 전의 나는 왜 그리도 참을성이 없던걸까? 매번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이 부단히도 내가 글을 쓰도록 유도해주었것만 내 주변엔 글 말고도 너무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글에 대한 간절함이 없었나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나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머쥐고 싶던 철부지였다. 그런 자신에게 못마땅해서 지금도 수많은 작법서를 뒤적거리고 있지만 하나같이 내게는 높은 산 같았다. 그러던 찰나 만나게 된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제목부터 스스로를 무명작가라고 평한다. 그래도 무려 다섯권의 책을 내신 분인데... 어째서 그녀는 '무명'이라고 말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작가'는 신문사나 공모전에서 거하게 상을 받고 이름이 실리며 상금과 상패, 나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나 역시 그리 믿고 있었다. 허나 첫장부터 뼈맞는 '현실'과 마주해야 하다니!!! 당선이라는 이름으로 계간지에 실리는 대신 몇십권의 책을 대신 사야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지만 수긍이 됐다. 이런 식의 '데뷔'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걸 과감하게 포기하는 그때 저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신인'의 간절함을, 사람들의 꿈을 미끼로 삼는 곳이라면
그깟 등단, 안 해도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설움은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책판매의 도움을 위해 투자하여 해본 sns 서평이나 수많은 투고에도 불구하고 받아주지 않는 자신의 원고를 자가 출판 플렛폼을 통해 세상에 내보낸 일이나 스스로의 sns 인지도가 글의 척도가 되는 부분까지...! 산 너머 산, 그것도 거대하리만치 뛰어넘기 어려운 에베레스트 마냥 읽는 나도 이리 답답하거늘 저자의 마음은 이만저만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살게 된 이유는 뭐였을까?
"센터를 오가는 왕복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떠오르는 글감을 스마트폰 메모 앱에 적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귀가하면 맥없이 늘어진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나만의 글쓰기 시간을 가졌다. 하루 서너 시간만 자도 버틸 수 있음이 신기했다.
난생처음이었다."
첫째는 그녀의 간절함이였다.
간절함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빠져든 경험이 곧 '꿈'이 되어 지금까지도 달릴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내게도 딱 두번, 그런 경험이 있었다. 처음은 멋모르고 들어본 희곡 수업의 과제때였고 나중은 지인에게 한줄 줄거리만 듣고 이야기의 시놉시스를 만들었을 때였다. 너도나도 계약되는 전자책 부분이었지만 처음으로 계약서라는 종이를 만져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 딱 거기까지였지만.
둘째는 꾸준함이었다.
"오늘이 더욱 감사한 건 메모 덕분이다.
아무리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흐릿해서 사라진다."
지인도 그랬다.
쌓아놓은 예전 작품들 버리지 못하고 하나씩 꺼내어 조금씩 공들여 완성시키는. 예전 작품을 초고부터 읽었던 나로써는 상당히 변형되어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 되는 과정을 십여년 이상 계속 보고 있는 셈이었다. 지인이나 저자가 그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도 산처럼 쌓아 올린 메모와 블로그 작업 덕분이었다. 뭔가 하나를 잡으면 그것에 대한 자료조사를 쉴새없이 하는 지인에게도, 가볍게 한줄 두줄 누군가 읽어주길 바래서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도 꾸준히 그일을 해냈다. 밥먹듯 숨쉬듯 잠자듯.
그 밖에도 많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꼽는 세번째는...
감사함이었다.
"양가 부모님 모두 네가 고생해서 번 돈인데 자신에게 쓰라며 극구 말리셨다.하지만 내겐 '첫 강의료'라는 큰 의미가 있는 돈이고
내게 소중하고 고마운 부모님께 필요한 물건을 사 드릴 수 있음에
되려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대표적으로 저자의 에피소드 중에서 부모님의 이야길 인용했지만, 작가는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분들, 자신의 곁에서 항상 힘써주는 분들, 자신에게 강연의뢰를 해준 사서분들, 글쓰기 강의에 참가해주신 어린이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 더불어 임신으로 피치못하게 거절해야 할 상황임에도 청탁을 넣어주시는 분들까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이것이 지금의 내게 가장 크게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어느 자기개발서나 종교나 심리적 책의 내용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거절 당하고 당하고 당하면 과연 이 세상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느껴질까...까지 생각했다. 지금은 나름 만족할 만큼 성장하고 앞가림 하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거 아니겠냐 할수도 있지만... 글쎄, 이건 사람의 됨됨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사를 안할 사람은 끝까지 할 리가 없다. 당연한 건 당연하다고 느끼기에 애초에 생각조차 안 할테니까.
이야기가 샛길로 나갔지만, 그녀의 가늘고 긴 글쓰기 라이프를 응원함과 동시에 적어도 당장 '나는 작가가 되리라'라는 조바심을 잠재울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나도 이런 명함을 위해 천천히 걸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