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흔한 유통 트렌드나 물류 이야기인 줄 알고 가볍게 펼쳤는데, 첫 장부터 제대로 사로잡혔다. 어쩌면 그저 현실적인 비즈니스 이야기인데, 하나하나 잘 맞는 공식처럼 유통의 역사를 통해 거대한 돈의 흐름을 짚어내는데 눈이 확 트이는 기분. 첫 만남에 이 책이 던진 매력적인 '미끼 상품'을 내가 덥석 물어버린 것 같다.이 책이 말하는 유통의 진화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아니다. 그 이면엔 소비자와 공간 사이의 촘촘한 심리적 밀당이 있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은 다 망할 줄 알았는데, 올리브영과 루이비통은 전혀 다른 무기로 살아남았다."올리브영이 매일의 '습관'으로 고객의 현재 시간을 점유한다면, LVMH는 시대를 뛰어넘는 '환상'으로 고객의 영원한 동경을 점유한다."형태는 정반대인데 둘 다 "고객의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절대 법칙 위에 서 있다.특히 공간의 메커니즘들은 그냥 책 속에만 묻어두기엔 너무 아까운 소스가 많다."공간의 존재 목적을 거래에서 시간 점유로 전환한 기업만이 온라인 시대에도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다"는 말처럼, 맨날 지나치던 동네 매장이나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혼란스런 흐름 속에서도 결국엔 살아남는 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