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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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잘 집중되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도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고 나니 이 ‘잔잔함’이 오히려 책의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거칠게 마음을 흔들지 않고, 조용히 나를 따라오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모자란 나를 다독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처럼 몸이 무거워서 옆으로 처지기 전까지는 위만 바라보면서 성장한다”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버거워지면 쉽게 주저앉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은 나에게 조용한 격려처럼 느껴졌다.

성장은 늘 위를 향해 있는 동안에도,

사실은 버티고 있는 몸의 무게를 함께 견디는 일이라는 걸.


“완전히 똑같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문장에서는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어느 순간 나도 닮아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자식은 부모와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어쩐지 어딘가는 전해지는 감정이나 태도 같은 게 있다.

그걸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내가 그 관계를 조금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았다.


그해 푸른 벚나무는 바로 빠져드는 책은 아니지만, 오래 머물게 되는 책이다.

겉으로 큰 이야기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내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지치거나, 어쩐지 마음이 여백을 원할 때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다.

강한 말보다 조용한 문장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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