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ㅣ 나가오카 겐메이 시리즈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6월
평점 :
청소는 무어라도 깨끗하게 하는 일이다. 네다섯 살쯤 외갓집에 얹혀살 때였다. 이모, 삼촌 들이 청소라도 하라고 하는 말이, 밥값이라도 하라는 말인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라는 대로 빗자루 들고 방바닥을 쓸었는데, 쓰레받기에 담긴 것은 머리카락 한둘이 고작이었다. 그렇게밖에 못하냐며 시범을 보이는 데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당시 외할머니는 매일 쓸고 닦아도 소용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손바닥만 한 집에 일곱 명이 복작댔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만큼 청소에 열심이라는 내색이었다. 우연히 장농 밑에 들어간 무엇을 꺼내다가 딸려 나온 엄청난 먼지를 발견했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웠다. 그 뒤로 청소하라면 구석구석 숨은 먼지를 꺼내어 쓰레받기를 채웠다. 그렇게 청소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나중에도, 어디에도 이 방법은 꽤나 유용했다. 어떻게든 실적을 내야 겨우 헤어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숱하다. 과연 옳은가, 정녕 마음 편한가. 일본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는 그의 책《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서하나 옮김, 안그라픽스, 2024)에서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며 청소하는 것은 스스로 즐겁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청소는 '브랜드를 완성하는 행위'라고도 말한다. 정작,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음이야말로 자신의 것은 알아도 남의 것은 알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을 아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는 일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상대가 잘못 짐작이라도 하면 오해가 생기고 마니. 이 책에는 그런 '마음'에 대한 그의 생각과 일화들이 빼곡하다. 그야말로 '마음 쓰는 방법론'이라고 할까. 그의 말대로 마음 씀씀이가 '찰싹찰싹' 쌓여가는 일이야말로 감동을 불러낸다. 아무래도 마음을 어찌 써야 하는지 자꾸 헤아리게 된다. 비단,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말이다. 제법 두꺼워서 읽는 맛도 충분한데 작고 가볍기도 한, 이 마음 이끄는 책은 이전에 나온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남진희 옮김, 아트북스, 2010),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이정환 옮김, 안그라픽스, 2009),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이정환 옮김, 안그라픽스, 2010)와 같은 맥락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관심을 발동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