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11 - 완결
다케토미 겐지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제가 직접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는 취재기자의 멘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별 이상한 체험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저로서는 그런 적극적인 도전에 감히 나서지 못하는 제 자신이 더 우습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겸손이 미덕이었던 시절엔 그래도 살기가 편했는데, 뭐든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어필해야 하는 시대가 되니 늘 주저하는 제 모습은 자신이 보기에도 답답해 보입니다. 주위에서도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는 제 성격을 잘 아는지라 딱히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을 부탁 받지는 않습니다만... 요즘 와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줍음이 많더라 해도 말이죠.

 

 

문화제에서 공연할 연극 연습이 한창인 스즈키 선생님의 학급에서는 배역이 거의 정해졌지만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같은 역할을 돌아가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 친구들 앞에서는 잘하는 아이가 관객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 하며 대역조차 부담스러워하자 스즈키는 평소와 달리 밀어붙이기 시작합니다. 보다 못한 친구가 그 아이를 배려한답시고 선생님에게 눈치를 줘 보지만 스즈키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두 앞에서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선생님에게 항의한 친구는 스즈키와 따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사실 스즈키는 수줍음 많은 아이가 자신을 내버려두길 바라는지 아닌지에 따라 각각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항의한 친구는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강요 아닌 강요하고 있었던 겁니다.

 

 

앞권에서 나왔던 2+2와 2x2 이야기처럼 같은 행동에도 다른 가능성이 숨어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의 판단을 100퍼센트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머릿속에서 오해하는 것을 넘어 남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비난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죠. 아무에게나 하나의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의 위험성은 스즈키 선생님이 누누이 강조했던 가르침입니다. 밀어붙이는 것과 감싸주는 것 어느 한쪽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이것저것 시도해봐야 성장이라는 걸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안 그러면 저처럼 기회에서 완전히 소외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스즈키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통해 당연하게만 생각해왔던 문제들, 말하기 거북한 민감한 사안들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에서도 이면에 숨겨진 뿌리 깊은 시스템 문제까지 끄집어내며 그동안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오류가 있었음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부딪히며 관계가 쉽게 무너져 버리는 시대에 자신의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고 맞춰 나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고 알 만큼은 다 알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상냥하면서도 위엄 있는 스즈키 선생님의 가르침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