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9
다케토미 겐지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학원물을 보면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생회장 투표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저는 여태껏 그런 투표 기회를 얻어본 적이 없습니다. 반장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투표한다는 사실만 알았지, 운동장 조회 시간에 앞에 나와 있는 걸 보고서야 우리 학교 학생회장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던 정도였으니까요. 하긴 반장 선거만 해도 선생님의 지목으로 처리된 적이 많았습니다. 선거를 했어도 후보는 선생님이 성적순으로 정해줬지, 하고 싶은 사람이 나서거나 추천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날 후보 정하고 그날 바로 투표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공약이랄 것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아 뻔한 이야기만 나왔었죠. 딱 한 번, 친한 녀석이 후보로 지목된 적이 있어서 본인은 하기 싫다는 걸 친구들끼리 장난스럽게 선거유세 아닌 선거유세를 추진했다가 선생님께 혼난 기억은 있네요. 그래서인지 학교에서의 선거가 사회 공부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스즈키 선생님의 중학교에서도 학생회 간부 선거가 시작되고, 선생님 한 분은 무효표가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100퍼센트 유효 투표 달성을 목표로 삼기까지 합니다. 그러던 중 음침한 표정의 학생 한 명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출마에 도전하고, 선생님들은 뭔가 선거를 망치려는 꿍꿍이가 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 학생이 예전에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투표율을 높이려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강제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맙니다. 드디어 걱정 속에 전교생 앞에서의 후보 연설이 시작되고, 역시나 그 학생은 선거 방식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섭니다. 투표를 강요하면 불성실한 투표자의 장난스러운 한 표에 진지한 투표자의 신중한 한 표와 똑같은 가치를 부여하는 셈이 된다면서 말이죠. 아무나 찍을 경우 결과에 엉뚱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기권과 기권표는 엄연히 달라서 뽑을 만한 후보가 없더라도 가능하면 투표장에 가서 무효표를 던지는 것이 가지도 않고 기권하는 것보다 낫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만화는 다른 문제를 제기합니다.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재 선거 시스템에 찬성한다는 의미가 돼버린다는 것이죠. 매번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우리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겐 아예 투표 기회를 주지 말자는 소리가 나왔었습니다. 어차피 결과에 관심도 없는 것 같으니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네요. 같은 행동에도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게 스즈키식 교육의 핵심입니다. 자신의 경험치 내에서만 판단하고 기정사실화 해버리는 실수를 줄여나가려면 당연하게 여겨왔던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갖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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