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8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학교 다닐 때 납득할 수 없는 규칙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두발단속부터 자율이 아닌 자율학습에 교복 하복, 동복 입는 시기까지 날씨에 상관없이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 따라야 했으니까요. 덥다고 일찍부터 여름 교복을 꺼내 입은 몇몇 친구들은 운동장 조회 시간에 색깔이 튄다고 혼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러니 학생들 사이에선 선생님들이 불합리하게만 여겨졌고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권위적인 명령이라며 삐딱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속도위반에 대한 학급회의에서 아무말 없이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줬던 스즈키의 태도가 존경스러웠던 이유는 그렇게 일방적인 강요 대신 대화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8권에서는 그런 노력 대신 대화를 단절할 때 생기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즈키 선생님과의 계속되는 의견충돌로 반스즈키파가 되어버린 한 여선생님이 히스테리를 부리다 못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선생님이 그동안 학생들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혼잣말 하듯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 역시 파업이라는 형식을 취해 침묵으로 대응했던 사실이 밝혀집니다. 폭주한 선생님은 학교 측에 의해 당분간 자숙하게 됐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평화적이고 정정당당한 승부로 미화하며 파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만류하는 학교측의 입장에 시스템의 폭력이라며 들고 일어나는 아이들에게 교장 선생님은 이번 파업이 폭력인 이유는 대화를 거부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흥분한 아이들은 귀를 닫아버리고 자기 할 말만 되풀이하죠. 당황한 선생님들 대신 상황을 정리한 것은 뜻밖에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아이들입니다. 뒤쪽에선 교장 선생님의 설명에 충분히 납득이 됐는데도 앞장선 몇 명의 아이들이 자기들 멋대로 전체의 의견인냥 수적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겁니다. 결국 뒤쪽의 의견을 살피지 않고 앞뒤 안 맞는 말을 내뱉은 아이들의 패배로 상황은 종료됩니다.

 

 

이번 권에선 교장 선생님의 활약으로 스즈키가 나설 일이 별로 없었지만, 이 만화 최강의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옆반 여학생 간다 마리의 고민상담으로 이번 사태를 총정리 해주는 듯합니다. 학생회 선거에서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거짓 사랑고백을 계획한 남학생의 대화를 미리 엿듣고 배신감에 치를 떨며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스즈키 선생님은 '뒤의 뒷면'까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은밀한 대화였다고 해서 반드시 속마음을 사실대로 말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말이죠. 스즈키를 원수처럼 증오하던 간다 마리까지도 항상 여러 각도로 살피는 스즈키식 사고방식에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것 같군요^^ 다음권에선 학생회 선거에 숨겨진 악의적인 음모를 막아야 하는 스즈키 선생님이 여신 오가와를 지키기 위해 분발할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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