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7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생각이 없다'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도 평소에 아무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따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껴도 웬만해선 의문을 갖거나 거부하기가 힘듭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을 억압하는 낡은 관습을 모두 전통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다르게 구분합니다. 전통을 그럴듯하게 왜곡한, 시대에 따라 변하는 잣대인 풍조일 수도 있다고 말이죠.

 

 

스즈키 선생님의 속도위반 때문에 벌어진 재판 수준의 학급회의에서는 성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만큼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점차 다른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긴 것 아니냐며 비난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에 스즈키 선생님은 전통이 전통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우리가 모르는 나름의 중대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지만 표면적인 이유만 남아서 착각하기 쉽다고 대답합니다. 성에 관해서는 생명의 중요성보다 문란함의 방지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해진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간섭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머릿속에서 한 번 옳다고 선택한 가치관을 바꾸기도 어렵죠. 그래서 스즈키 선생님은 관점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허용됐을 뿐'이라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그래야만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지 않고 양립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아이들의 표정 만큼이나 저 또한 숙연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꽤나 길고 무겁게 진행된 스즈키 재판은 그렇게 일단락됐지만, 이번엔 스즈키의 교육법에 반대하는 선생님이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교사들과 전교생의 갈등으로 번지고 맙니다. 8권에서는 공존을 위한 진지한 갈등을 이상으로 여기는 스즈키 선생님과 듣기를 거부하고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3학년 학생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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