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5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이연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적당한 선에서 덮어버리는 대신 문제의 본질을 들춰내 사회가 정해 놓은 답 이외에도 얼마든지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스즈키 선생님. 매번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아 지켜보고 있기가 조마조마합니다만,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으로 상대방의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치밀한 논리는 오랜 세월 고민 끝에 도달한 경지라는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워낙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져서인지 공감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군요. 우리 땐 안 그랬다거나, 남녀공학을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다거나 하며 회피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다행히 이번 5권에서는 회상씬을 통해 잠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깁니다. (숨 막히는 6권을 읽기 위해선 힘을 비축해둬야 할 테니까요^^) 저도 학창시절에 심각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자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스즈키 선생님이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지 궁금한 주제였습니다. 스즈키가 모범생만 편애하는 선생님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스즈키식 교육법을 시험하기 시작한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 당번에게 아무리 당부를 해도 다섯 명 중 두 명이나 도망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한 명은 불량스러워서 통제불능이고, 또 한 명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야단조차 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아들을 청소에 성실하게 참여시키는 이야기로 흐르겠거니 하고 예상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져 나옵니다. 문제아 그룹과 모범생 그룹 사이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들 말입니다. 맏이와 막내 사이에 어중간하게 자리잡아 이래저래 고생하는 둘째들의 서러움 비슷한 거랄까요. 어느 정도 믿음이 있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방치된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스즈키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이 안 가는 아이들'이죠.

 

도망치지 않고 청소하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성실히 하려는 쪽과 투덜거리며 대충 해치우려는 쪽으로 나뉘어 갈등이 생기고, 남아 있는 아이들이 땡땡이 친 아이들보다 더 야단맞는 경우가 생겨 형평성의 문제로 발전하고 맙니다. 문제아들을 강하게 다그치지 않는 선생님에게 불만이 생기고, 삐뚤어지고 싶은 욕망도 자라납니다. 조용하게 잘 지내던 애들이 가다가다 크게 사고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엔 기대에 부응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눈에 안 띄는 길을 선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다른 사람 때문에 열심히 할수록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드는 건 괴로운 일이었으니까요. 눈에 안 띄는 것과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건 미묘하게 다른 문제입니다.

 

 

학생은 학생대로 사정이 있고, 교사는 교사대로 바쁜 현실 속에서 일일이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일이죠. 그렇다고 뒷전으로 미뤄두기만 하면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은 청소가 되지 않은 채 감정이 쌓여갈 겁니다. 문제아와 모범생이 서로를 질투하고 원망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기라도 하지만 중간에서 양쪽을 향한 숨겨진 감정은 서서히 독으로 변해갈 테니까요. 학생들끼리 서로 돕고 배려하는 힘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스즈키식 접근방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기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겠죠. 다음 6권에서는 스즈키 선생님의 혼전 임신을 놓고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아이들의 재판이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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