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7
루이스 캐럴 지음, 리스베트 츠베르거 그림, 한상남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구매하려고 담아둔 책들 중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유독 여러 판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어차피 이야기야 거기서 거기이고 번역을 따지는 편도 아닌데 말이죠. 딱히 기승전결이라고 할 만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몇몇 장면들은 빠지거나 순서가 뒤바뀐다고 해도 흐름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바로 전에 읽었어도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늘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토끼굴에 빠진 앨리스처럼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는 기묘한 캐릭터들과 판타스틱한 설정이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걸 잘 살릴 수 있는 일러스트가 구매를 결정하는 포인트죠.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최근에서야 알게된 리즈베트 츠베르거야말로 독특한 캐릭터 해석과 마법 같은 분위기를 가장 잘 소화해내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은 페이지 관계상 스토리는 많이 축약된 편이지만 흐름은 매끄럽습니다. 워낙 이야기 자체가 횡설수설하다 보니 가지치기를 해도 티가 안나는 것일 수 있지만요.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을 느끼고, 자기가 흘린 눈물에 빠졌다가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동물들과 코커스 경주를 펼치고, 토끼의 심부름에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갔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커져 버리고, 파란 애벌레와의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 말이 되는 대화를 나누고, 공작 부인의 돼지 같은 아이를 놓치고, 웃는 고양이를 만나고, 엉터리 다과회에 참석해 무례함과 핀잔이 오가고, 홍학으로 고슴도치를 치는 크로켓 대회에 참가하고, 걸핏하면 목을 치라는 여왕 때문에 배심원이 되기도 하고... 앨리스처럼 지루했던 사람도 책을 덮을 때쯤엔 뒤늦게서야 정신 없이 달려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른 책들도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리즈베트 츠베르거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 덕분에 여러 판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손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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