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는 [쇼코의 미소], [밝은 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등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들로 사랑받아 온 작가가 텅 빈 종이를 마주하며 담아낸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록입니다.소설 속 인물들의 뒤에 가려져 있던 작가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비로소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글이 써지지 않아 마주했던 막막함과 불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펜을 들고 문장을 이어 나가게 했던 삶과 글쓰기에 대한 고요한 열정이 책 전반에 나지막하게 흐릅니다. 거짓 없이, 감춤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의 용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특히 이 책은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진솔한 고백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작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글 쓰는 이로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뇌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최은영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결정화되어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립니다.소설을 통해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사랑했던 독자라면, 그 다정함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거창한 삶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백지라는 불안 앞에서도 기꺼이 용기를 내어 한 걸음을 내딛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책입니다.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나만의 ‘백지’를 마주할 온기 어린 힘이 필요한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