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공식 -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는
쟈스민 한 지음 / 토네이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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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살았다”는 말을 매일같이 들으면서 자랐다. 어릴 적엔 말하기를 좋아했고 그만큼 말을 많이 했다. 내가 던지는 말에 책임감과 무게감이 실리기 전까지는. 말이란 내뱉기는 참 빠르고 편한데 중간에 일부를 수정하거나 아예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된 후엔 정말 나의 생각과 정 반대되는 일을 겪는 경우 외엔 입을 꾹꾹 닫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말과 설참신도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같은 사자성어를 꾹꾹 새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게 참 쉽지 않다. 너무 꾹꾹 참으면 몇 시간 후 “아 그때 받아쳐서 그냥 입에 지퍼 달게 해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뒤늦게 화가 팍 치솟을 때도 있었고, 참지 못해 한바탕 말로 전쟁을 치른 뒤엔 감정의 소모가 심해 후회하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을 수 없는 경우를 참 자주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처를 몰라 헤매고는 결국엔 후회 또는 감정의 소모만 잔뜩 일으키는 일이 정말 잦았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말이란 게 꽤 복잡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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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관계에서든 사회에서든, 어디서든 말을 하는 건 쉬운데 말을 잘 하는 건 어렵다. 말을 잘 하려면 언제나 적절한 거리를 지켜야 하고, 나의 말을 듣는 상대에게도 그것이 썩 괜찮은 것으로 들려야 한다. 말을 잘하는 법? 그게 대체 뭘까. 말이 아닌 글로 표현 방법을 바꾸며 수없이 나의 글을 읽고 또 수정해 봐도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이게 그래도 꽤 괜찮은 말이 맞는 건지 영 감이 오지 않았다.


도처에 널리고 널린 수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말을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무례한 말을 젠틀하게 받아치고 싶었고, 전쟁이나 싸움을 치르지 않고 부드럽게 타협하는 법을 알고 싶었고, 어른스럽게 말하기 위해 더하고 빼야 하는 요소들이 궁금했다. (교육과정을 탓하면 너무 없어 보이는거 아는데...) 지금껏 말의 요소들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어 능력시험이나 수능을 위한 기초적인 국어 공부에 대한 글은 수없이 읽어봤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글을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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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공식>은 알고 보면 소소하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의 요소들을 콕콕 집어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저자 쟈스민 한은 일, 말, 값을 다루는 비즈니스 심리학자이자 코치다. 애플의 사내 비즈니스 코치로 일하며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했고, MBA,EMBA의 학생들에게 협상을 가르쳤다고 한다. 말이 가진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지금, 저자는 똑쟁이가 되고 싶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기억하며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간단한 ‘말의 공식’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수학을 배울 때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하고, 괄호와 기본 함수를 이용할 때까진 어려울 게 없다. 하지만 미적분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수포자가 와르르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확한 공식과 정해진 답이 있음에도 그 공식이 너무 어려우면 당연하게 포기를 생각하게 된다. 말의 공식 또한 마찬가지다. “잘하는 말엔 공식이 있어. 따라 해봐!”라고 하면서도 당장 어떻게 따라 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을 늘어놓으면 “이건 다른 사람 이야기지. 난 포기할래.”하고 공식을 익힐 열정이 팍삭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말의 공식>은 이런 포기를 생각하지 않도록 누구든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을 예시로 들며 당장 다음 주 출근부터 써먹을 수 있을만한 간단한 말의 공식들을 제시한다. 책에 예시로 사용된 상황들은 실제로 똑쟁이가 되고 싶었던 10여 년 전 저자의 서툰 사회 초년생 시절 경험을 녹여낸 것이라고 한다. 몇 개의 예시들을 읽으면서 사회생활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억울함은 누구나 다 비슷하게 겪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덮을 때쯤 이 사건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협상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품격과 이득이 결정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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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를 바꾸면 어디서든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고, 억울하게 나갔을지도 모르는 벌금을 무마하고, 대화 참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끌어낼 수도 있다. 나의 말에 힘을 실어줄 중심을 더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 오해의 요지를 덜어내고, 서로가 고개를 끄덕일 협상으로 이득을 곱하고, 공동의 이득을 위해 바닥나지 않을 만큼 나누며 누구도 뺏을 수 없는 나만의 무기 ‘말’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말의 공식>


‘나의 비법은 이거야~’라고 먼발치에서 자랑하는 비현실적인 책이 아닌 연봉 협상, 회의,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한 끗 차이 비법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읽으며, 이젠 심신이 지치는 말 전쟁이 아닌 아주 우아한 방법으로 내 몫을 챙겨 나가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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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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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후반기에 발매된 <흔들린다> 이후로 두 번째로 찾아온 작가정신 시 그림책 시리즈 <시를 읽는다>. 이렇게 단단한 표지를 가진 얇은 그림책을 손에 쥐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작년 후반기 김영하 작가님의 북클럽 도서로 구입했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선물로 받게 된 <어린 왕자>를 제외하면 아마도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어른과 그림책은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던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 얇은 책들은 긴 여운을 남겼고, 지금도 내 책장에 머물고 있다.

 

<시를 읽는다>는 아주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의 유년과 청, 장년 시절을 책임져온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일부 문장을 발췌해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슥- 읽어보면 금방 끝나는 길이의 내용이지만, 이 짧은 글에 담긴 마음은 내 예상보다 깊었다. 아마 기존의 산문집 형태로 읽었다면 이 문장 좋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내 기억에서 쉽게 잊혔을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행위. 왜 시를 읽는지, 시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인생과 시의 닮은 점은 무엇인지.. 시를 사랑했다던 작가님이기에 평생 이 질문을 품고, 끝없이 고민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는 시와 친하지 않다. 입시를 위해 출제된 시를 외우고 뜯어본 것 외에 살면서 주도적으로 시를 외워본 적이 없다. 거기에 2020년 말, 멋져 보이는 시집 두 권을 구매하고 아무 생각 없이 완독한 후, 그대로 책장 어딘가에 방치해둔 부끄러운 이력까지 있는지라.. 아무래도 나는 시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몇 줄의 글에 꽉- 압축되어 있는 의미와 감정을 느껴보기엔 내 머리의 수준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시를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선뜻 다가서려 하지 않았다. 멋지고 아름다운 건 그만큼 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마 작가님의 시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이 짧은 구절이 <시를 읽는다>라는 부드러운 그림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며칠 전 <빅쇼트>라는 영화를 보다가 진실은 시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를 싫어한다는 대사를 듣게 되었고, 이 한마디가 꽤 오래 머리를 맴돌고 있는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사람들은, 나는 왜 시를 가까이 두지 않게 된 걸까. 시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가 가진 무게감은, 진심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냥, 혼자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시를 읽는다>를 여러 번 읽어본 후, 진실과 시는 닮았고.. 인생과 시 또한 닮아있다, 인생에는 반드시 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와 같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마무리를 지으며 두서없는 글을 적어본다.

 

글씨가 뺵뺵하게 적힌 벽돌 같은 책, 긴 글만이 멋진 것이 아니라는걸, 아주 오래 잊고 있었다. 이런저런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후, 글의 길이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된 시점이 있었다. 주제만 맞는다면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입에 비해 내 글은 항상 더디고 짧다고 느꼈다. 짧으니 알맹이가 없다고, 그저 붕 떠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문장들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며 그 생각이 바뀌었다. 몇 문장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시간이 글의 진정한 가치다. 빨리 읽으면 1분 내에도 읽어낼 문장들을 몇 번이나 읽고 들여다보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글의 내용만 눈으로 한 번, 글과 함께 섞여있는 그림을 관찰하며 한 번,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며 또 한 번, 단단하고 매끄러운 표지와 종이를 더듬으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을 기울여 글의 밀도를 온전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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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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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 대단하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는 무려 95만 구독자를 모은 감성적인 일상 유튜버 슛뚜님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만들어진 책이다이 책은 살아지고만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지나어쩌다 보니 어린 나이에 만나게 된 자유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씩 찾아가는 나의 삶과나의 모든 것이 쌓여간 집에 대한 이야기다정갈하게 정리된 글엔 저자의 아팠던 순간과 그 뒤로 찾아온 설렘 같은 것들이 모두 묻어난다. ‘내 집’ 말만 들어도 설레는현대인의 가장 큰 목표! ‘내 집’. 이 커다랗고 설레는 존재 앞에서 온전한 나를 만난 저자의 이야기에 책장이 가볍게 후루룩 넘어간다.

 

아직 조차도 모르는 나는오늘도 난 결혼 안 하고 엄마 아빠랑 평생 살 거야이 집에 얹혀살래~”라고 희희웃고만 있다이제 20대의 후반인데도 말이다.

사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건 아니다그저 미친 듯이 치솟는 서울 집값에.. 월세에.. 치안요리벌레까지.. 아주 많은 것들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을 뿐이다몇해 전 겪어본 첫 자취를 마지막으로 현실과 타협하며 독립과 내 공간에 대한 꿈을 싹접어버렸다근데이 책을 읽고 또또.. 집에 대한 꿈이 생겨버렸다.

 

생각해 보면 나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해온 것 같다슛뚜님처럼 가족들과 함께 방을 써본 기억 없이 혼자 방을 써왔지만 (4인 가족이라 가능했던 일..) 나에게 주어진 방을 내 맘대로 꾸며본 기억은 없다매번 부모님이 골라준 튼튼해야 한다는 원목 가구들과 커다란 침대그에 맞춘 침구두툼한 프레임을 가진 책장까ㅈ;. 은은한 나무향이 좋았고 가구들은 모두 튼튼해 아~주 오래 사용할 수 있었지만그 가구들이 완벽히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난 튼튼하진 않아도 가볍고 차가운 가구들이 갖고 싶었다.

 

20살이 되어 시작한 자취두 개의 집을 오갔던 몇 년이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나는 그제서야 내 방을 꾸며갔다그 사이에 취향이 변해 결국 내 선택도 원목 가구긴 했지만.. 아무튼 지금 내 방에 들어차있는 가구들은 나름대로 실용적이고꽤 마음에 든다왠지 나와 가구들의 이미지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비록 아직 붙박이장을 뜯어내는 일도문 위에 시트지를 바르는 일도 뒤로 쭉쭉미뤄두고만 있지만 그래도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라는 제목이이 말이 참 와닿는다나만의 공간을 꾸며간다는 것내 집을 갖고 텅 빈 공간을 내 마음대로 채워가는 과정은 어쩌면 나의 내면을 바깥으로 꺼내놓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나의 생활 패턴에 따라 정해지는 가구의 종류와 위치내 취향에 맞춰 선택한 가구의 색과 모양그리고 작은 소품들과 공간을 채우는 향기까지집과 인테리어란 단순히 이러한 감성~’이라고 포장하기엔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들을 품고 있는 단어일지도.

 

나의 취향마음생활목표까지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담은 내 집’. 특정 시간에 불을 켜고 끄는 것으로 마음 불편할 일 없고싫어하는 냄새가 나도 모르는 새 나에게 깊이 배어있을까 걱정할 일 없고장미가 그려진 밥그릇이나 갈라진 소파에 한숨 쉴 일 없는 나의 모든 고집이 담긴 내 집. <가끔 집은 내가 되고>에 기록된 저자의 집은 딱 그런 집이다보기에도 딱 예쁜 그 집에 무한한 애정사랑하는 존재까지 더해지니 정말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인다온 진심을 원기옥처럼 모아 말을 뱉어본다. ‘아 진짜 부럽다.’

 

매주 집에 관한 예능을 챙겨보며 나는 집과 관련한 운이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엄마와 SNS에 올라온 사진과 소품이런 책들을 읽으며 집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나꿈은 원대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모녀는 오늘도 둔탁하고 두꺼운 실내 자전거 하나를 두고 버리네 마네 바꾸네 마네 말다툼을 하고 있다.

 

솔직히, 10년을 살아온 지금 집은.. 첫 우리 집이긴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기엔 조금 늦은 것 같다엄마 말에 따르면 이사하기 전에 인테리어를 끝마치지 않는 이상 살면서 바꾸는 건 불가능 하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인정한다하지만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내가 30살이 좀 넘을 때쯤이면 나의 독립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부모님과 뒤따라올 나의 새 집을 위하여오늘도 예쁜 집과 소품들의 사진을 스르륵 훑어본다수많은 집을 보다 보면 그 사이에서 얻을 내 취향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이렇게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슛뚜님의 브이로그를 후루룩 봐버렸다다시 생각해도 이 집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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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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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 표정, 손짓, 글씨체 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그 사람의 일부를 느낄 수 있다. 완벽히는 어려워도, 그렇게 쭈욱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결을 가진 생각을 하는지. 아주 조금은 감이 온다.

 

말투, 표정, 손짓, 글씨체 외에도 그의 성격을 확-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누가 보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왠지 이건 걔가 보낸 것 같다는 감이 올 때가 잊지 않나.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가 딱 그런 느낌의 책이다. 이건 딱 읽자마자 느낌이 오는 그의 일기다. 박서련 작가의 일기.

 

이 책이 그렇다더라-하는 이야기들을 제외하고, 직접 박서련 작가의 작품을 경험해 본 건 <더 셜리 클럽>이 유일하다. 핑크빛의 표지가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그 글들의 원색들이 나에겐 곧 박서련 작가의 색이었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훔쳐본 이 일기 속에서 그가 가진 색에 대한 더욱 진한 확신을 품게 되었다.

 

덜 부끄럽고, 가장 나 같은 일기들을 하나둘 모아 만든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는 그 어떤 글보다 솔직하다. 물론 출판을 위해 약간의 편집(비속어 편집이라든가..?)을 거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종이 위에 안전하게 자리 잡은 글들 중에서 이 정도면 거의 온전한 본인의 것에 가까운 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미친 듯 멋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멋있는 언니 같고, 나와 닮은 것 같으면서도 결이 다르다. 나는 아주 단순한 일기나 아주 거침없는 일기. 둘 중에 하나만 쓸 줄 아는 극단적인 사람이다. 내 공책엔 누굴 만나서 뭘 했고 뭘 먹었다 헤헤같은 매우 단순한 일기 아니면 내일은, 이번 주는 뫄뫄뫄-’하면서 열정이 넘치는 일기, 끝없이 자책을 하는 일기. 또는 분노가 넘치는 일기. 아무튼 아주 일차원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일기들이 넘친다.

 

내 일기가 즉 나의 기준이었기에 책 표지에 적힌 일기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땐, ‘에이.. 일기..? 무슨..’싶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이다. 근데 그의 일기는 예상외로 재밌었다. 거침없이 내지르면서도 동시에 진중하기도 하다. 나의 하루도 이렇게 덤덤하고 멋지게 완성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새해를 맞이하는 타이밍에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를 만난 건 올해는 나도 일기를 좀 멋지게 써보자는 새로운 새해 계획을 세우라는 운명이 아닐까?

 

이 일기는 아주 늦은 밤, 조용히 훔쳐보고 싶게 만드는 마성이 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길게 늘어놓고 있다고, 필름들이 낭비된 걸지도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일기가 나와 닮아 좋았고, X 같은 약한 비속어를 넣어가며 맛집을 칭찬하는 모습이 좋았다. 존맛인 음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달까? 침착한 별종인듯하면서도 꼭 옆에 붙어있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사람. 그게 바로 박서련 작가다.

 

일기의 주인이 가진 한순간에 자신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진중함과, 거침없이 세상을 누비며 뿜어내는 활기, 친구들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 속에 맺힌 유쾌함 같은 것들이 이 일기를 구성하고, 일기는 다시 그를 설명한다.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있고, 언젠가는 기뻐하고 슬퍼하다가도 또 예쁘고 맛있는 음식 한 접시와 함께 이겨내곤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다 싶은 날에도 이삭 토스트 먹어야지, 내일은.” 같은 다짐 한 번으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그의 모습이 퍽 멋져 보인다. 나도 내일은 예쁜 마라탕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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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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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 정말 연말이 돌아왔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올해의 마지막이.

여느 때처럼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는데, 이때쯤의 시간은 왜 이리 빠르면서 무거운 걸까? 나에게 연말,연초란 후회와 자책이 한 아름 몰려오는 시기다.

 

나는 나를 아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 365일 중 300일 넘는 시간을 나를 혼내는데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오면 항상 난 올해 뭘 하면서 살았지?”하는 후회와 나의 N살을 버렸다.”는 자책을 반복한다. ‘우주의 작은 먼지’ ‘정말 조구만 존재그게 바로 나인 것 같고, 내 노력은 어디로 공중분해된 건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일정이 끝나면 방바닥에 붙어 지낸지 어언 두 달이 되어간다. 그간 공부와 글에 사용하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누워서라도 이 푹 퍼진 마음을 어떻게 뒤집어봐야 할까나름 고민은 했었다.

 

예전 같았으면 요상한 자존심을 들고 뻗대며 힐링, 위로가 담긴 도서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는 조금 달랐다. ‘우주의 작은 먼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이 한줄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우주먼지인 나를 착-하고 빨아들였다.

 

누구에게나 정체와 슬럼프는 찾아온다. 나는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보이지 않아 내가 미워질 때, 나와 비슷한 선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가 홀로 저 멀리 나아간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발목 잡힐 때.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너무 하찮고 싫어질 때가 살면서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별거 아니라고, 어른이 되면 그런 거라고, 모두가 겪는 일이니 의연하게 넘겨야 한다고. 나를 위로하기보단 괜찮은 척 모르는척해 본 순간이 있다면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를 읽으며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추천한다.

 

긍정적으로 자신을 감싸기보단 그저 영혼 없이 버티게만 만들었던 무거운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었다. 에린남 작가가 풀어둔 산뜻하고 경쾌한 글들을 보며 난 아주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는 내 인생의 중심인 를 아끼는 작은 다짐들로 가득하다. 주변을 쫓기보단 내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욕심을 비우며 온전히 내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에린남 작가의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하루 기록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야기 중간에 껴있는 작고 소중한 네 컷 만화와 소탈한 위로들이 마음을 가볍고 뽀송하게 말려주는 느낌이다.

 

나는 왜 이러지? 왜 해도 안되는 거지?’라는 의문보단 이것도 나야. 내 시간과 노력은 헛된 게 아니야같은 위로로 내 마음을 다시 보듬어보자.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에 담긴 에린남 작가의 긍정적인 말들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실망 앞에서 나를 탓하기보단 위로하며 넘어갈 수 있는 위로의 예시 하나를 챙겨본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올 때마다 이게 뭐 별일인가? 나 이것도 못 버틸 만큼 약한 사람 아닌데라며 무시하는 사이 작은 상처는 무한히 반복됐고, 자연히 내 시선은 삐딱하게 변해갔다. 나를 위로하고 괜찮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라 생각했고 나는 가장 못난 우주 먼지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과 비슷한 나의 순간들을 곰곰이 모아놓고 보니, 어쩌면 나도 나름 노력하고 있는 소중한 먼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나의 일상을 지키는 것, 가끔은 기대하면서 내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해보는 것.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영 감이 오지 않는다면, 아주 소소하고 귀여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가벼운 마음과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나를 위한 위스키 한 잔의 이름을 기억하고, 내가 가진 색다르고 작은 감각들을 사랑하자. 소홀히 했던 일상을 챙겨가자, 무엇보다 내가 잘 지내기를 바라며 나를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자.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사실 좋은 책과 영화를 보며 위로받고 다짐하는 것도 며칠이면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글들을 읽으며 나를 사랑하고 숨통을 틔워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위로에 기대지 않고, 나를 아끼고 보듬는 법을 배워간다면, 조금씩 시선을 바꿔간다면 언젠가는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방법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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