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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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전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가 된 <슈퍼스타 K2>에 출연해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를 끌었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그때 내 눈에 비친 장재인이란 사람은 '독특하고 단단한 가수’였다. 재인님과 나는 5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그도 참 어린 나이였는데, 신기할 만큼 단단해 보였다.


대중 앞에 나온 지 벌써 12년, 여러 자작곡을 발표하고 TV와 무대 위를 오가던 그가, 2022년 5월. 처음으로 자신의 책을 발표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라고.

(책을 소개하는 것이니 이 글에서 호칭은 작가, 저자로 표기!)




<타이틀이 필요할까>라는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했다.


"어느 앨범이든, 어떤 인생이든 내걸만한 타이틀이 하나쯤은 필요한 게 아닌가?"


나는 누군가 나를 볼 때 내 타이틀을 안 볼 수는 없으니 내가 아무리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어느 정도 거짓이 들어간다 해도, 내 인생에 타이틀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한척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안고 나온 소심함을 버리지 못한 나는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을 모두 신경 쓰며 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온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럴 것이고 말이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인생을 여러 시선에 껴맞추다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다른 시선들에 몰려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담담한 위로이자 장재인이라는 사람이 바라본 내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담긴 책이다. 이 책 안에는 장재인이라는 가수가 만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좋아할 만한 그녀의 진실된 감정들과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포인트들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가 공허함을 느꼈던 날의 기록이었다. 좀 변태 같은 부분이긴 한데… 나는 누군가의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며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하는 약간의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한없이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의 기록, 짧은 메모, 마음속 아픔이 비치는 글들, 타닥타닥 시간을 쪼개가며 적어 내려 간 한 장의 이야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픔이 결국 사랑으로 남게 되었음을 깨달았던 순간까지. 그의 수많은 시간이 담긴 짧고 긴 글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고 잠깐의 사랑을 느끼기도 했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내가 보는 시선이 당신의 이야기와 닮은 점이 있다면, 당신을 슬쩍 웃게 할 즐거움이 있다면, 우린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마주해 수다를 떤 거다.
그리고 나는 그 수다에 참여하고 싶다."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 적혀있던 이 한마디를 읽으며 나는 그의 글을 통해 장재인이란 사람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음을 느꼈다. 비록 그는 내 이야기를 모르는, 일방적인 나의 한걸음이지만 말이다.


바싹 익은 햇살 냄새가 나던 날 이 책을 처음 폈고, 초여름답지 않게 싸늘한 바람이 부는 오늘, 중간부를 다시 붙잡고 책을 완독 했다. 조용히, 하지만 열심히 세상을 유영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흐릿했던 내 시선을 조금 고쳐본다. 꼭 '멋지고 알찬 하루’라는 타이틀을 따내지 못한 날이라도 오늘 치의 햇살을 받아냈다면 오늘의 일을 해낸 것이라 나를 위로하기로, 무조건적인 정답을 찾기보단 뭉근하게 내 자리에서 내 시선을 지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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