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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줄 마음 처방전
오왕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 무르익고 연초에 가까워질 때면 연례행사처럼 내년 운수, 운명을 점치는 콘텐츠들이 TV를 통해 와르르 쏟아지던 때가 있었다. 요즘엔 사주나 타로 앱 같은 것들이 정말 많아져 굳이 점집에 찾아가지 않더라도 손쉽게 오늘의 운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몇 년(사실 한 10여 년 전쯤..?)전만 해도 경조사, 아이의 수능, 새해기념 운수를 보던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직접 점집에 가보거나 사주를 본 적은 없지만, TV 또는 건너말로 전해 들은 무속인들의 이야기는 마치 귀신과 비슷한 공포감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역시 신도, 운명도 잘 믿지 않는 편이기에 영적 존재와 무속인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하고 있던 찰나, 젊은 무속인 ‘오왕근’ 작가님의 저서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를 접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한 권을 통해 편견을 100% 다 타파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무속인이기 이전에 그저 사람을 돕고 싶은 젊은 청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운명이라. 우리는 보통 우연히 마주쳤지만 강하게 끌리는 것 또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운명’을 언급하곤 한다. 이 운명이란 단어는 긍정적으로 사용될 때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될 때도 있다. 부정적인 예를 들자면 “결국 노력해도 이렇게 되는 게 내 운명이야, 포기할래.”와 같은 말들 말이다.
이 책은 표지에 적힌 제목처럼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운명’ 또한 작은 변화를 통해 피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와 동시에 각자의 운명을 따라 올해도 살아낸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니 너무 기죽지 말라며 조용한 토닥임을 전한다. 가식을 빼내고 오직 진정성과 솔직함으로 물들인 젊은 무속인의 조언과 위로가 종이 위에서 가볍게 팔랑팔랑 흔들린다. 너무 진중하지도 부담스럽게 심오하지도 않은 말들에 책장이 가볍게 넘어간다.

젊은 무속인 오왕근 작가는 17살에 갑자기 다가온 운명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해야 했다. 그는 방황하고, 기도하고, 또 버티며 무속인의 길을 걸어왔고 수많은 지친 사람들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는 20년의 시간 동안 오만가지 인간사를 접하고, 찾아온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단단하게 쌓여온 그의 기도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는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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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왕근 작가는 나라는 사람을, 내가 받은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법과 나의 운명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과 그릇을 점검하는 방법을. 그리고 지나쳐간 상처와 인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나를 할퀴고 지나간 상처에 오래 아파하지 말라고, 오래 아팠던 상처와 염증이 있다면 그 자리를 톺아보라고. 그리고 깊은 상처를 외면하기보단 그것을 단단한 굳은살로 만들어 다시 일어설 발판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올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오느라 이미 퍽 지쳐버린 누군가에게 피할 수 없는 내년의 운수, 운명 같은 것을 알려주는 무속인이 쓴 책이 아니다. 이 젊은 무속인은 어느 상황이든 듣는 이의 한계를 직접 지정하지 않으며 일단 내 앞에 놓인 운명이 좋든, 좋지 않든 어쨌든 나의 것이니 뜻대로 꾸미고 움직여보라고 말한다. 각자의 가슴 안에 품고 있는, 언젠가 만개할 운명을 가진 한 송이의 꽃이 한껏 펼쳐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