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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그 해 여름, 실수를 남발하던 어린 소년이었던 화자의 고백록이자 실수를 통해 이뤄낸 성장 과정을 담은 뛰어난 성장 소설이다.
짝사랑하는 소녀 린디 심프슨에게 일어난 커다란 사건과 그를 둘러싼 소년의 사랑과 집착. 그리고 그토록 동경했던 '어른'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허공을 유영하던 몇 해 동안의 기억. 그 안엔 소년의 고통, 상처뿐만이 아니라 사랑에 고뇌하고 주저앉고, 떠도는 어른들의 모습도 함께 곁들여진다.
떠나버린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휘둘리는 소년의 어머니. 사랑과 함께 자유롭게 떠돌다 이번에도 훌쩍 떠나버린 삼촌. 딸에 대한 사랑을 펼치기엔 늦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절망감에 주저앉아버린 린디의 아버지. 사랑을 위해 기꺼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감, 우리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 소년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돌아볼 부분들이 참 많다.
깔끔히 다듬어진 문장과 생생하게 표현되는 순간의 풍경들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최근엔 어쩌다 보 책을 읽을 시간이 늦은 밤 시간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이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소년이 말하고자 하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소년이 짝사랑과 린디의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왜 소년은 불안한 비밀을 넣어둔 서랍을 그대로 잠그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꺼내놓은 걸까? 이 편지를 받을 대상은 누구일까?
그 대신 나는 바꿀 수 있음 직한 것들에 매달렸다. 예를 들면 외모라든지, 나를 보는 린디의 시선 같은 것들이었다.
이야기는 1989년. 평화로운 마을 배턴루지에서 시작된다. 육상부의 에이스이자 많은 남자아이들이 주목하던 여학생 린디 심프슨. 주인공 소년은 그런 린디를 짝사랑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냐면, 완벽할 것 같았던 린디가 자신의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연약한 감정을 세상을 향해 쏟아내던 날, 소녀의 의외의 모습을 본 그 날부터였다.
소년에겐 사랑에 이어 시련이 찾아온다. 갑자기 떠나버린 아버지와 슬픔에 빠진 어머니와 누나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가정에 커다란 생채기가 생기고, 그는 자신이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 대채제로 린디의 사랑을 갈구한다. 린디도 나에게 사랑을 느끼길, 내가 다른 이들보다 린디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하지만 절실한 사랑은 커다란 엇나감이라는 결과를 낳고, 린디는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절실함은 항상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없고, 아직 모든 게 서툴렀던 소년은 최상이 아닌 최악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고만다. 소년은 어떻게든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다.
그 시절의 나를 구멍 뚫어보면 린디 옷장에 들어 있던 것들만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피 한 방울 안 들어 있었을 것이다. 집착에 사로잡힌 심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모든 건 사랑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온전하지 못한 사랑이 피어난 시점에서 시작되고 새로운 사랑의 탄생을 앞두고 마무리된다. 사랑이 무엇인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두근거림에 매료되었던 어린 시절, 소년은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는 뒤늦은 죄책감이 되고, 어떻게든 죄책감을 만회하려던 소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하지만 그 행동은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단,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쪽에 가까웠다. 사건이 극적으로 치닫는 순간, 소년은 사랑했던 린디의 울분에 찬 말을 들으며 자신이 믿었던 사랑의 의미를 짚어보게 된다.
당시엔 내가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도 몰랐다. 제발 이해해다오. 난 널 잃고 싶어서 이런 고백을 하는 게 아니다. 남자애들은 처음으로 자위행위를 할 때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어른이 된 소년은 자신의 행동이 그저 사랑을 모르던 시절에 행했던 실수였다고 인정한다.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참을 헤매었던 소년의 여름. 그 안에 들어찼던 커다란 실수라고.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뒤를 따라올 아이에게 실수를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주인공은 나의 아이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배우지 못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백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사랑이란 그를 위해 온갖 마음과 힘을 쏟게 되는 것, 아주 단단한 사람도 주차장 바닥에 내려앉게 만드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려 깊은 감정이어야 하는 감정이라는 것.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가 펼쳐놓은, 1989년 평화로웠던 배턴루지의 뜨거운 여름 안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페이지를 넘기며 떠오른 생각들이다.
나는 소년의 고백 속에서 누구든 겪어봤음직한 사랑과 집착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것들을 그러모아 훌훌 털어 묻어버리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