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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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굴곡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감사하자싶다가도 갑자기 답답함이 훅-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떠나고 싶고, 벗어나고 싶고, 새로운 곳을 걸어보고 싶다고.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가장 먼저 일상과 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과 여행, 심지어 생계까지 잃은 일부 사람들은 점점 세상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일상과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실 나는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에 대한 갈증과 그의 의미 또한 함께 잊고 있었다.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를 읽으며 생각했다. 지루한 일상에 두근거림과 기대감을 불어넣고 또다시 돌아올 일상을 준비할 힘을 주는 것.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무거운 짐과 지쳐버린 몸에 일순간 후회하다가도 이 또한 내 선택으로 채운 내 시간의 일부고 인생의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란 생각에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것.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여행이란 건 대략 이런 것이었다. 설렘과 두려움, 상쾌함이 공존하는 여행을 해본 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이제 그의 소중함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여행에 대한 갈증이 잔잔하게 차오른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는 일상과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일상 같기도 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최갑수 작가의 단편들을 모아둔 책이다. 이 책은 낯선 땅을 밟고, 낯선 언어를 듣고, 낯선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채워간 나의 언젠가를 추억하고 후회를 보살피며 인생과 외로움의 의미를 되짚는다.

 

최갑수 작가는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변할 나를 기대하며 여행을 준비하고 나만의 기준에 맞춘 여행 BGM을 들으며 길을 걷는다. 언젠가는 술술 잘 풀리는 날이 있고 언젠가는 모든 게 다 꼬여버리는 날도 있지만 그는 이런 여행과 일상의 하루하루에서 인생의 단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많은 낯선 도시를 걷고, 인생을 경험하며 알게 된 것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놓는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이 좋다.”

젊음은, 청춘은 낭비하고 탕진하라고 있는 거지, 아껴두라고 있는 게 아니야.”

청춘이니까 저지르고 살아라. 그게 청춘의 특권이니까.”

실수는 실수일 뿐이니까.”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이 부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인생이란, 청춘이란 새로운 것에 부딪히고 도전하고 또 실패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거려나. 일상을 되찾는 때가 온다면 가장 먼저 청춘을 낭비할 바보 같은 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해 본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그때는 가장 먼저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홀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매번 다음 해엔 꼭 혼자 여행을 가봐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홀로, 가끔씩은 외로움을 느끼며 여행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여행은 혼자 남는 것이고, 인생은 결국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바로 새롭게 결심하게 됐다. 인생을 살아가려면 커다란 외로움도 이겨내야 하고, 새롭게 변하는 하루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나는 그 순간들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고 준비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꼭 외로움과 새로움을 흠뻑 느껴봐야지.



 

여행은 우리가 먼 옛날 잃어버렸던 청각을 회복하는 일.”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먼지만큼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발전하는 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이럴 땐 낯선 장소에 내 몸을 내던지고 평소에 아껴뒀던 돈을 펑펑 쓰며 색다른 하루와 여행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게 가장 빠른 회복 방법인데.. 당장 떠날 수 없으니 책에 담긴 단편들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해 본다.

 

단편과 시로 구성되어 있어 챕터별로 천천히 끊어 읽어도 좋고 글을 읽기 싫은 날이라면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낸 여러 나라들의 사진들을 가볍게 후루룩 훑어봐도 좋다. 글을 읽지 않아도 마음을 가라앉히기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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