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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홈카페 ㅣ 솜솜이의 홈카페
솜솜이(박성미)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달달하고 예쁜 디저트와 그와 궁합이 잘 맞는 청량하거나 깔끔한 음료수. 그리고 편안한 노래들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여유로운 분위기의 카페. 아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하지만 이 작고 확실한 행복은 팬데믹 시대와 함께 바사삭 부서져버렸다. 이런 카페에서의 나날들을 모두 포기하게 만든 역병.. 정말 밉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카페와 디저트를 포함한 외식, 외출에 대한 그리움을 절실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집 밥, 배달 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바로 요리와 베이킹이 아닐까 싶다. 식사와 음식에 진심인 우리인데, 음식을 만들며 성취감을 얻고, 자랑도 할 수 있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다니. 이만큼 뿌듯한 취미가 또 있을까?
혹시나 홈 베이킹과 홈 카페에 관심은 있고, SNS 상에 넘치는 홈카페, 홈베이킹 사진을 보는 건 좋지만 왠지 내가 도전하면 안될 것 같은, 똥 손 인증만 야무지게 하고 끝날 것 같은 불안감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오픈, 홈카페>. 오염에 강한 단단하고 매끈한 하드커버와 튼튼한 제본 상태, 각 메뉴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깨알 같은 팁. 그리고 깔끔하게 플레이팅된 디저트 사진까지. 부담스럽지 않은 심플한 구성이 퍽 매력적이다.
<오픈, 홈카페>는 저자 솜솜이(박성미)님이 애정을 담아 만든 디저트와 간단하고 멋들어지는 간단식에 대한 레시피와 사진을 꽉꽉 눌러 담은 아주 야무진 책이다. 홈베이킹을 시작하기 전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구,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들의 특징 등 베이킹의 기초부터 담백한 식사빵, 당장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예쁜 브런치와 디저트 메뉴, 그리고 익숙한듯하지만 조금 특별한 메뉴들까지. 깔끔한 식탁 위에 각각의 개성에 맞게 플레이팅된 디저트들을 보고 있자면 당장 만들....어보진 못하고 당장 주문해 포크를 찔러 넣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홈카페, 홈베이킹. 이 단어들은 어릴 적부터 내가 꿈꿔온 로망의 집합체다. 홈 카페, 홈 베이킹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단어인가. 어른이 되면, 자취를 하게 되면 오븐으로 쿠키와 빵을 굽고 쓰지만 깊고 부드러운 맛의 커피를 마시며 주말을 보낼 거라 다짐한 게 몇 년이던가, 과거의 나는 비용은 둘째치고 내가 극심한 요리 똥 손이란걸 망각하고 있었다. 어른이 된 후 도전했던 베이킹들은 대부분 의도와 다르게 마무리됐다. 직접 반죽을 만들어 구워낸 머핀은 단단한 야구공 같았고 그나마 내가 성공했던 베이킹은 모든 게 다 갖춰져 계란만 섞으면 되는 쿠키 믹스나 핫케이크 믹스 같은 것 밖에 없었다. 노력해도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금방 좁히기 힘든 일이 있는데, 나에겐 음식을 만드는 일이 딱 그렇다.
베이킹 책을 두고 이게 무슨 소장 욕구 떨어지는 말이냐 싶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우선 이 책엔 맛있는 것들이 가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려는 저자의 마음이 디저트 하나하나에 부드럽게 녹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같은 요리 똥 손이 이 책을 소장하게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멋진 홈카페를 차리는 건 힘들다.
나에게 이 책은 뭐랄까, 지금 당장 해볼 실습서라기보단 백과사전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책을 읽을 때 단 한 줄이라도 얻었으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이 책을 읽으며 베이킹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었으니 난 그걸로 만족한다. 매일 헷갈렸던 밀가루 종류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생겼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아직은 침만 삼키며 밝은 햇살 아래 빛나고 있는 디저트들을 지켜보고만 있지만 언젠가는 이 책을 집어 들고 오븐 앞에 설 날이 오지 않을까? 이렇게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가며 내 낭만의 세계에 한걸음 더 다가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