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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3 - 군상(群像): 나라를 뒤흔든 사람들 ㅣ 땅의 역사 3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역사의 또 다른 얼굴들
상상팸 11기의 첫 도서로 받은 <땅의 역사>. 이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아 큰일 났다.”였다. 의무 교육을 통해 한국사와 동아시아사까지 배웠지만 수능을 본지 어언... N년차. 수시에 합격하고 수능 준비를 내려놓은 후부터 의무 교육의 흔적들을 찬찬히 잊어가다 보니 근대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 바보가 됐다. 나의 무지함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어 처음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다.
3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책이지만 완독하는 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익숙한 이름이지만 깊이 알진 못했던 인물들의 사정, 이름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인물들, 교과서에서 일부 배우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까먹었던 사건들. 이 땅에 새겨진 복잡한 시간과 역사들을 모르는 채, 알려고 하지도 않고 꽤 오랜 시간을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에 부끄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땅의 역사>는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땅에 새겨진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이 땅엔 수많은 사건과 시간들이 새겨져있다. <땅의 역사 3 - 군상(群像): 나라를 뒤흔든 사람들>은 내 발이 밟고 있는, 내 생활의 기반이 되는 땅에 새겨진, ‘우리의 정신’의 근간이 된 사건들의 여러 형상(군상)들을 모아둔 책이다.
연산군에게 장엄하게 대처한 내시 김처선과 사후 150년이 지나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서구의 비석과 그의 삶. 광활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곳에서 태어나 편협한 정치인들의 시선을 비판한 임제처럼 개혁을 꿈꾸던 의인들. 승리하지 못한 처절한 전쟁과 상처로 엉망진창 망가진 땅의 해방과 수호를 위해 노력한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에 반해 자신만을 위해 절대적인 힘을 이용한 간신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마음을 구김 하나 없이 넓게 펼쳐주는 이야기와 다시 힘껏 구기게 되는 이야기가 교차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여러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무조건 밝은 마음만 가진 사람도, 나쁜 마음만 가진 사람도 존재하지 않듯이 사람이 만든 역사 또한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땅의 역사 3>은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아름다운 역사와 얽혀있는 누군가의 아픔과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은 강인한 마음을 말하기도 하고,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사건을 알려주기도 한다. 무조건 아름답지도, 슬프거나 추하지도 않은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읽으며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질감을 더욱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창의문과 운현궁 같은 장소들과 “어 저기 예쁘다~” 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세검정, 어릴 적에 밟아봤던 박태보의 묘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역사와 그 흔적들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살아가는 사회의 흐름도 따라가기 힘든 상황에서 이 땅이 지니고 있는 모든 시간을 공부하고 알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그것이 또 직업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토록 가까이에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책의 저자인 박종인 기자님이 정성스레 사진으로 남겨둔, 현재도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훑어보며 가볼 만한 거리에 있는 장소 한 곳쯤은 다시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날이 좋아지면 창의문 문루에 걸린 반정공신 명단을 보러 가볼까 한다.
다양한 얼굴을 한 수많은 역사들이 내려앉은 우리 땅은 역사가 가진 무게를 견디며 단단한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이 땅을 갖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또는 해하기 위해 꾀를 낸 사람들의 여러 군상들을 묵묵하게 견뎌온 이 땅의 역사를, 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라. <땅의 역사>를 읽으면서! (책이 부담스럽다면 TV 프로그램 <박종인의 땅의 역사>를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