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써 내려간다는 것'. 이 책을 여는 '작가의 말' 제목이다. 제대로 된,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하며 가브리엘레 뮌터의 <안락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여인(1929)>이라는 그림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며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글 쓰는 삶 속에서 '쓴다는 것, 내려간다는 것, 써 내려간다는 것(17쪽)'에 대해 생각한다. 잠수부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글 쓰는 삶으로, 써 내려가는 삶으로, 얼마나 깊이 침잠한 것인가. 그녀의 깊이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저자의 유년, 여름, 우울, 고독을 거쳐간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녹아있다. '파란 그림에 대한 책을 쓴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어떤 파랑을 좋아하는지(86쪽)' 물었다고 한다. 푸른, 그리고 파란 그림을 소개하는 그녀는 '피에르 보나르의 블루'를 말하게 될 거라고 한다. 피에르 보나르의 <전원의 다이닝룸(1913)>을 보면 온갖 밝은 색을 가져와 썼음에도 어두운 느낌이 든다. 저자 역시 '흰 캔버스가 아니라 검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87-88쪽)'라고 한다. 공감되는 말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림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림을 시작으로 저자의 삶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풍부하다. 글을 읽기 전 그림을 먼저 보며 자투리 공간에 감상평을 적었다. 저자와 비슷할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작가님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그림을 다시 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감상이 풍부해졌다. 마치 같은 전시를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든다.


계속 읽다 보면 깊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어서 그런 아닐까 싶다. '자기만의 슬픔, 자기만의 외로움, 자기만의 아름다움, 자기만의 침묵, 자기만의 낯섦. 그런 것들 앞에서 나는 투명해진다(213)' 한다. 그런 그녀의 삶을 통해 삶을 열어보는 시간을 가질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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