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가게 - 제19회 일본 그림책 대상 수상작
도키 나쓰키 지음, 김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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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생활계획표를 짠 것처럼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낯선 곳을 발견하게 된다. 두 발로 서 있는 다람쥐와 나무 위에 올라간 오리, 의미심장한 화살표, 집에 매달린 거미줄까지. '나'는 어쩐지 으스스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쏘냐! '나'는 용기를 낸다. 그 용기에 돌아온 대답은, "알고 싶은 기분을 말하면 만들어줄게."라는 것. 어쩐지 정말 으스스하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지.


'나'는 기린의 기분을 시작으로 스위치의 기분, 잠 못 드는 기분, 물고기의 기분, 세균의 기분, 기분 나쁘게 생긴 벌레의 기분 등 온갖 기분을 산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사람이나 동물, 사물로 변해 그들의 기분이 어떤지 느낀다. 그런데 대체 기분 나쁘게 생긴 벌레의 기분은 왜 사고 싶은 걸까? 나는 '나'가 대체 왜 기분 나쁘게 생긴 벌레의 기분을 사고 싶은지 모르겠다.


Bronfenbrenner의 생태학적 관점을 통해 사람은 무수히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면 클수록 관계의 폭은 넓어진다. 그 관계들 중 조금 더 친밀한 관계가 생긴다. 그 관계를 유지하는 힘 중 하나는 '공감'이라 생각한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차라리 내가 너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분 나쁘게 생긴 벌레의 기분을 사고 싶은 '나'의 기분을 사고 싶다. '나'가 되어본다면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단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저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말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소통할 것이다. 그 길에 기분 가게를 잠깐 들르면 조금 더 빨리 상대방의 마음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이상하고 재미난 기분 가게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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