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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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고 안 섞이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 둘은 부딪친단다. 우리는 바다 인간들과 만나면 충돌하게끔 돼 있어."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만나면 안 돼!"

- 프롤로그 중


이 소설은 #나선프로젝트 라는 기획에서 탄생한 소설로,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1989~2019년)'만이 갖는 대립을 이용해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젊은 층의 절대적인 호응과 지지를 얻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MZ세대가 될 터, 일본의 MZ는 우리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를지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처음은 유리코(22세, 3년 차 간호사)로부터 시작된다. 어디로 실려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기력한 출근길, 유리코는 '그저 시간표 위를 걷기만 하면 되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어디선가 케이시의 그때가 좋았지~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유리코는 '일은 그냥 일'이라는 듯 무덤덤하고 무감각하게 환자를 대한다. 평일 근무에 야간 근무까지 버텨내려면 상냥하기란 벅찬 일이다.


유리코의 남동생 쇼타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친구의 전학을 앞두고 속상해한다. 감정을 다 잃은 듯한 유리코는 밥도 먹지 않는 남동생을 보며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병원에 입원한 친구 도모야를 매일같이 찾아오는 면회객 유스케를 떠올린다. 유리코는 속상해하는 동생이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에 유스케에게 데려간다. 유스케는 쇼타에게 '오늘이 뭔가 달라지기 하루 전날이라고 생각'해보자고 한다. 내일은 반드시 친한 친구를 만날 거라며 쇼타를 다독여준다.


여기까지 읽었을 땐 그저 소중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 페이지엔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홋카이도로 전학 온 가즈히로. 그의 시선에서 도모야와 유스케를 바라본다. 그때 그 시절 유스케는 거침없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언변술로 반 아이들을 주도한다. 반 아이들은 홀린 듯 유스케의 말에 따른다. 그에 반해 도모야는 튀는 구석도 없고 모범생같이 단정하다. 가즈히로는 정반대인 두 사람과 친해지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유스케는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졌고 가즈히로는 그런 그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홋카이도로 대학을 오게 된 요시키의 입장에서 본 도모야와 유스케도 흥미로웠다. 초등학생인 가즈히로의 시선으로 볼 때는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인 요시키의 시선으로 볼 때는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직면시킨다. 유스케의 대학 친구들은 "그냥 피에로잖아"라거나 "유치하다"라고 하며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피상적인 행동을 비난한다. 유스케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던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린다.



'너, 중학교 때 책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아나키스트가 어쩌고저쩌고하지만 실은 흥미 없었잖아.'

'주목을 끌려면 이래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겠지.'


침이다. 비가 오는 게 아니었다. 손등에 떨어지고 있었던 건 유스케의 침이었다. 요시키는 유스케를 바라본다. 부릅뜬 눈, 침 튀기는 입, 혈색 도는 피부, 커다란 귀. 유스케는 도대체 몇 번이나 이런 모습으로 살아온 것일까.

(p. 243, 246-247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건데요?Ⅱ 중)



이제야 친구들이 멀어진 이유를 깨닫게 된 요시키. 그는 살아가는 의미, 살아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곧잘 내뱉었던 자신 있던 말들이 사실은 진심이 아니었을까, 잘 보이고 싶어서 던진 허세로운 말이었을까. 또 다른 등장인물인 메구미 역시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메구미의 솔직한 고백을 보며 약간 감동받기도 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쌓고 그 안에 숨었던 어린아이가 자신의 진심을 꺼내 전하는 순간, 상처를 딛고 성벽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굴러왔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 언제 굴러올지도 모르고, 아직 굴러오지도 않은 공을 향해 억지로 손을 내밀지 않을 것.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해도,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을 것. 이렇게 결정하고부터 메구미의 다크서클은 조금씩 옅어져갔다.

(p. 271 그냥 관심받고 싶은 건데요?Ⅱ 중)


한편 친구의 군 입대 소식에 자신도 자위대에 들어가겠다며 주목을 끄는 유스케를 보며 '저 친구를 어쩌면 좋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유스케는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로 남아있는 것 같다.


소설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적절히 해소되지 못한 어른이 되어버린 유스케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도록 하는 같다. 요즘처럼 자존감, 탄력성이 화두가 되는 사회에 우리는 진정한 '' 되고 싶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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