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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고등학생 서유리. 1, 2층으로 구분되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할 일만 하는 일상(76쪽)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유리 사이에 감정적인 교류라곤 찾아볼 수 없다. 할아버지는 '대학만 가라.'하시고 유리 역시 대학에 붙으면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집을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유리는 엄마의 죽음과 함께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된다. 유리는 자신과 닮은 듯 다른 아이를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유리의 '감정'에 집중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소식에 당황스럽고 복잡했을 마음에 한 번, 난데없이 생긴 남동생으로 놀란 마음에 한 번,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야만 했던 마음에 한 번, 할아버지의 작은 칭찬에 행복해하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에 한 번. 이렇게 몇 번이나 유리의 마음을 퐁당거리며 들어갔다 나왔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 차갑고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딪치며 나아가기란 쉽지 않으리라. 그래서 세윤의 고백에 쉽사리 '나도 그렇다'라며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윤 역시 쉽게 한 고백이 아닐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세윤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윤은 유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게도 직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처럼.'(227쪽) 세윤처럼 용기 낸, 앞으로 더 많은 상황에서 용기 낼 유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유리는 맛있는 밥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할아버지에게 끓여드린 된장찌개가 그랬고, 밥 못 먹고 다닌다는 말 못 하게끔 동생에게 차려준 아침상이 그랬다. 서툴지만 따뜻한 유리의 마음에 폭 잠긴다. 이런 유리를 작가님은 혼자 두지 않았다. '네가 어떤 사람이든 너와 함께 할게.'라고 온 마음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마음 한구석에 돌이 가라앉아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어쩐지 지금은 둥둥 떠서 가벼워진 느낌이다. <모든 고통은 사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무엇으로 아프고 힘든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254쪽 작가의 말 중)>라는 말처럼 말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풀린다는 게 진짜 훌훌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이고 진 고민을 훌훌 털어낼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