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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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여기 있어, 왜."

"너 왜 내 눈에 보이냐고, 왜."

"그러게,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참."

소설은 서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서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다. 서진에 의하면 이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이다. 그런데 왜 건웅이 보이는 걸까? 둘은 무슨 사이일까? 건웅 역시 죽은 걸까? 고작 첫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질문이 쏟아진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역시 계속 읽어야지. 궁금증을 안고 소설을 계속 읽었다.

핵심 인물은 서진, 건웅, 선형, 준성. 서진과 건웅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풀린다. 그들의 첫 만남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둘의 시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둘은 서로에게 기대 차가운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따뜻한 품이 된다.

서로를 품에 안고 만지던 둘을 읽으며 설렘을 느낄 만도 했지만 어쩐지 난 그 둘이 불안했고 위태로워 보였다. '진짜 자기'를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둘은 많이 어렸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며 행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이는 지치게 마련이다. 용기 내 말할 힘도, 그 말을 듣고 버텨줄 힘도 부족했다. 그렇게 둘은 이별한다.


관계에 질려서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은 관계를 맺어야만 떠날 수 있는 저세상에서 다시 만났다. 악연까지도 말이다.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던 서진이 악연을 끊어내기 위해 애쓰던 모습이 생각난다. 선형을 위해 제 발로 준성을 찾아간 서진. 나는 그런 서진이 답답하기도 했다. 굳이 찾아가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럴 시간에 빨리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느낀 답답함이야말로, 서진이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적어도 저세상에서는 달라진 모습으로 애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의 일상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라서 나에게 닥친 문제를 척척 풀고 지나가기보다는 오랫동안 질질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아무래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함을 잘 표현하는 건 중요하다. 연습이 필요하다.

앞표지를 보면 사람이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뒤표지를 보면 구름이 그를 하늘로 밀어서 올려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모습이 서진처럼 느껴진다. 걸음 내디딘 서진, 하고 싶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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