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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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저널리스트 겸 미술평론가이다. 이 책은 거리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 미술관에 가면 작가의 연대기부터 작품별 연도나 재료를 비롯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작품을 보러 간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기에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뭐 하나 놓칠세라 사진을 찍거나 설명을 읽으며 집중한다. 하지만 거리는 집중하기 어렵다. 어떤 게 작품인지 아닌지 알아차리는 것도 어렵다.


「관심을 가지고 보는 순간, 그 조각들과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이때에 그 조각물이 설치된 배경이 무엇인지, 작가는 누구인지, 어떤 점이 멋진지에 대해 누군가 상냥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어떨까. 또 수많은 거리의 조형물 중에서도 어떤 게 '찐'인지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9쪽)」

프롤로그에서 작가님은 이 책이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적어도 나에겐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가 되었다. 작품에 숨겨진 일화를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잘 읽을 수 있었다. 관련 건물 앞을 지나가다 작품을 발견하면 풋 하고 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인천국제공항 아트포트 프로젝트 부분을 읽을 땐 약간 슬프기도 했다. 출국 심사장을 나오면 보이는 면세구역에 <상상의 날개(지니 서)>라는 작품이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작가는 구름을 보며 '비행기를 도로'라 생각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겐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마침내 떠날 때는 설레고 긴장되는 등 온갖 감각이 열려 있습니다. 제 작품이 비행기에 타기 전에 느끼는 그런 마음들의 배경이 되어줘서 좋아요."(103쪽) 벌써 몇 년 전이기도 하지만 면세구역에 있던 작품이라면 나도 봤을 텐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보러 가고 싶은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여행 가는 게 이렇게 어려워질 줄 몰랐다. 설렘을 느끼러 가고 싶다.


공공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도 좋았지만, 역사의 흐름에 따라 하나둘 세워진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최근 방문한 '예술의 전당'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는 눈이 번쩍 뜨였다. 간략하게 나오긴 했지만 위치 선정과 관련된 내용을 통해 지금의 서초가 아닌 다른 곳에 세우는 게 어떤지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서초가 아닌, 다른 곳에 세워졌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위치가 주는 영향을 무시 못 하리라. 212쪽에서 박정현 건축 비평가가 "작정을 하고 가야 한다."라고 한 말에 공감한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에필로그' 저자의 평론가적 면모를 살펴볼 있었다. 거리와 사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잇는 공공미술을 기대하며 책을 덮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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