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인사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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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은행 연정시장지점에서 근무하는 스물아홉, 한수정. 신입사원 연수 때 박은영 과장의 강의를 듣고 연정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굳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고향인 부산에 있으라고 했지만, 수정은 끝내 연정에 자리를 잡았다. '과장님이 중앙로지점을 떠나 연정시장지점으로 옮겨갈 때 나도 기어이 따라갔어요.(p. 13)'라고 한 부분에서 수정이 과장님을 얼마나 좋아하고 따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라고 영 다른 인생을 산 건 아니라는 말이에요. 불행하게 큰 적 없고, 악랄한 새아버지에게 구박받은 적도 없고, 우리 엄마도 남자에게 미쳐서 애들 다 팽개치고 팔자 고친 여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냥…… 평범했다는 거예요. 평범하게 자랐다는 말을 왜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아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p. 24)


평범한 여자 사람, 한수정. 수정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나는 유별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한다. 책 속 등장인물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 유심히 듣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요, 수정 씨 당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당신에게 닥친 그 일이 안타깝고 화가 나요.


"한대리님을 사랑한 거 말고, 제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어요?" "도대체 언제쯤이면 제 맘을 알아줄 건데요? 나 확 은행 옮겨버린다? 잔고 다 빼서 딴 게 갈 거예요?"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저 말에 순간 나도 진절머리가 났다. 저 말에 몇 달 전에 읽었던 소설 #당신의떡볶이로부터 #어느떡볶이청년의순정에대하여 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이하 어.떡.청.순)'에서 시작한 소설이니까 그럴 수밖에! 김서령 작가님은 매운맛을 단단히 보여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러면! 그렇게 만났으면! 애를 데려가지! 느이 집으로 데려가 며칠만 재우지." 엄마의 외침에 눈물이 났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집에 오는 길에 읽다가 눈물 날 뻔했다. 너무 몰입했다. 남은 두 딸이 걱정돼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끽해야 6년 살다가 나온다는데, 나와도 아직 한참 젊다는데, 혹시나 남은 두 딸에게 복수라도 하면 어떡해. 엄마는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피눈물을 흘리며 합의를 했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같은 느낌을 받은 기분 탓만이 아니다. 올해 3 있었던 노원 모녀 살인사건이 떠오른다. 1 무기징역 선고 이후 항소를 상태이고 내년 1 중으로 2 재판 결과가 나온다. 소설과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보고 있으니 무섭다. 그냥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작가님 딸이 열일곱 살이 되었을 "엄마는 이렇게 말도 되는 소설을 썼어?"라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것처럼 마음도 똑같다.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미래가 안전하고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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