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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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이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레 생각이 나는 것이 서양의 유명한 작가 에드거 앨런 포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아 악명인지 뭔지를 떨치고 있는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이다. 전자는 필명을 따왔기에 연관이 있다고 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명탐정 코난은 추리 만화로 그 주인공의 이름이 에도가와 코난이다. 추리만화의 주인공의 이름이 에도가와 란포를 뜻하는 에도가와와 코난 도일에서 따온 코난을 붙여서 만들었다는 것이 꽤 재미있지 않은가? 아마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을 몇 번 들어보았을 것이고, 에드거 앨런 포와 명탐정 코난 말고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몇 개를 꼽으며 유식한 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상당히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여 쏟아져 나오는 일본 미스터리소설의 띠지를 훑어보다보면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라는 말은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고 말이다. 접해본 적이 없다 해도,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손에 꼽히는 상이 에도가와 란포상이라고 할 만큼 큰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감이 오지 않을까?

 

에 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발전과 보급에 크게 기여를 한 작가로, 1955년 그의 환갑을 맞아 탄생한 에도가와 란포 상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도 수많은 추리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물론 작가의 유명세가 사람들의 호불호에서 좋은 쪽만을 갈라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은 뒤적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에도가와 란포의 명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번역서들이 줄지어 쏟아질만도 한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저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현해탄 건너 나라에서 일본미스터리ㅡ 그것도 음울하고 잔인하고 어쩐지 클로즈드 서클! 시골 변두리에 박힌 자그마한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 발을 디디자 하필 그 마을에는 뭔가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외부인, 이 저주받을 인간들이여! 하고 외치는 할머니 무녀가 등장하며, 마지막은 안개 낀 도로처럼 흐릿하고 조금은 서늘한 오픈 엔딩이다~! 라는 이야기ㅡ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명탐정 코난보다는 코난의 라이벌 격인 김전일 군을 좀 더 (많이) 좋아하고 있었으니(물론 김전일 군으로 인해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미리나름을 나도 모르게 당하고 난 다음에는 치를 떨었지만)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 에도가와 코난? 작가가 에도가와라는 성을 좋아했나보지 라는 짧은 감상밖에 주지 못했었다.  일본 미스터리에 대해 조금 조금씩 파가다가 에도가와 란포와 에도가와 코난의 연관성이 있겠군 하며 검색을 통해 알게 되고, 김전일에서 나오는 아케치 경시가 란포의 작품에서 나오는 아케치 코고로에서 따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어떤 천사같은 출판사가 에도가와 란포 전집을 내주시는 은혜를 베품으로 에도가와 란포의 위명과 맛을 살짝이나마 보게 되었다고 할까? 에도가와 란포는 대단해! 라고 해봤자 읽어본 것은 몇 없는, 텅텅 빈 주제에 소리만 대단한 수레였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맨 처음 읽게 되었던 란포의 작품으로는 아주 오래전 어떤 제목인지도 잊어버린- 그러니까, 동서양 가리지 않고 너무 여러 가지 작가의 단편을 담았는 데다가 그 작가들의 작품의 특성을 묶어주는 훌륭한 제목이지도 않아 제목을 지금까지 기억할 수 없다는 슬픈 사연이 담긴- 책에 있던 '빨간 방' 이었다. 그 소설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특징이랄까 독특한 맛이랄까를 읽어내고 나는 깊은 감명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ㅡ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저 짧은 이야기였지만 꽤 흡입성이 있는 이야기이고 마지막에서 사람의 진을 빼놓는 반전이었다는 재미없는 감상만이 남았다. 그러나 다른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을 일깨워주었으니 나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호기심이 이어져 구입한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두 권.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3권인 기괴환상편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자와 고구마벌레를 좋아한다. 인간의자에서는 (순전히 거기까지 머리가 닿지 못한 내 상상력의 부족함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 실소를 자아냈으며, 고구마벌레는 탐미적이라서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탐미적과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상은 그렇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약간은 낯설고 기괴한 느낌이 호기심을 자아내고, 내용 또한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어둡고 어둡기 그지 없으니. 

 

확실히 란포의 작품에는 모두들 말하듯 미스터리라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괴하고 음울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사실, 기괴하고 암울하다는 말은 변태적이고 혐오스럽다는 말과도 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그렇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 줄 한 줄에 집중하게 되어 그야말로 책에 꿀을 발라놓기라도 한 듯 눈을 뗄 수가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을 수밖에 없듯 마음 한켠에 드리워진 어두운 욕망을 살살 긁는다고나 할까? 사람의 마음 속에는 금기라든가, 혐오스러운 것, 변태적인 것에 대한 욕망이 숨어있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아주는 작가다.  신 기한 것이 그러면서도 미스터리에도 꽤나 충실하다는 것. 물론 지금에 와서는 식상해진 트릭들도 있지만,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대단하지 않은가 싶다. 에드거 앨런 포가 검은 고양이나 리지아 같은 어쩐지 서늘한 소설을 쓰면서도 거기에 발랄함과 위트를 잃지 않았듯 에도가와 란포 역시 미스터리만이 아닌, 거기에 음울함과 환상이라는 테마를 엮어 이야기를 그려낼 줄 아니 미스터리와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손에 땀을 쥐며 읽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렇게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몇 개 읽고, 일본 드라마 중 란포R이라는 드라마까지 훑게 될 줄은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유명한 여배우들이 한 편에 한 명씩 등장하여(..라고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 한국에서 히트친 일드에 출연한 여배우 몇의 얼굴만 알아 볼 수 있었다) 매력을 더해주는 드라마이다. 아니, 더해준다고 한다. 나로서는 별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으니 아쉬울 따름.

사 실 본 사람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지 않아 몇 번 망설였지만, 인간의자라든가 괴인20면상을 한번 꼬아서 만든 에피소드를 보면서 상당히 즐거웠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어보고 본다면 분명 평가가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식으로 따져 보자면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가 아쉽고, 여기에 실리지 못한 소설들이 아쉽다. 위에서 줄기차게 말했듯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여러 작품들을 읽음으로서 그 위명을 되새기지 못하는 것이, 또 그런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것이 어찌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현해탄 건너의 이웃주민인 탓에 언어의 장벽으로 미스터리를 읽을 수 없어 슬픈 독자들의 마음을 읽은 출판사의 러쉬가 좀 많이 쏟아지길 바랄 수밖에. 그러려면 독자들이 지금 나오고 있는 것부터 많이 팔아주어야 하니 이거야말로 상부상조라 하겠다. 통장에 푼돈을 모으고 모아 겨우 산 책을 들며 ‘그저 이 ‘2전짜리 동전’이 읽고 싶었습니다’라는 개그 같지도 않은 개그가 떠오르는 건 왜인지.

 

(* 이 서평은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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